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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꽁꽁 묶었던 의대 정원, 2022년부터 4000+α명 확 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년간 동결된 의과대학 정원이 크게 늘어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3일 의대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매년 400명씩 늘리기로 합의했다. 기존 정원 3058명에 지역의사 몫 300명, 특수전문분야 몫 50명, 의과학자 몫 50명이 각각 는다. 계획대로 되면 현재 고교 2학년 입시부터 적용한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 협의에서 “필수 의료인력과 역학조사관 등 전문분야 인력 외 제약·바이오 (연구)인력 확충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는 민주당의 지난 4·15 총선 공약이다.

지역간 의사수 불균형 문제 제기  

당정에 따르면 의대 정원은 2006년 이래 3058명으로 동결됐다. 이후 지역 간 의사 수 불균형이라는지, 중증외상 등 특수분야 의사 부족 문제 등이 꾸준히 제기됐다.

2019년 기준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10만5628명이다. 이 가운데 수도권에만 5만6640명(53.6%)이 몰려 있다. 인구 1000명당 의사수로 따져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서울 3명 대 경북 1.4명이다.

지역별 의사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역별 의사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인구 1000명당 의사수 2.4명 불과 

절대적인 의사 인력도 적은 편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는 2.4명(한의사 0.4명 포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평균(3.4명)의 71%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는 지역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 3258명의 의사가 더 필요한 것으로 추계한다. 전문의 2260명, 일반의 998명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자원 신고현황 분석(2017)’ 자료를 토대로 산출했다. 하지만 당정 협의과정에서 3000명으로 정해졌다.

OECD 주요국 임상의사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OECD 주요국 임상의사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질본, 역학조사관 정원도 못 채워 

특수분야에 근무하는 의사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수분야는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을 말한다. 10만여명 전문의 가운데 감염내과 전문의는 277명이다. 소아외과는 48명이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에 소속된 역학조사관(의사) 정원은 13명이지만 현재 5명만 근무한다. 전국 13개 시·도 의사 역학조사관 정원 23명 중 17명은 공중보건의사가 채우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하려는 의사가 없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증이 터졌을 때 백신이나 치료제를 연구하는 의사 과학자도 마찬가지다. 2017년 기준 바이오-메디컬분야(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 종사 의사는 67명이다. 의대 또는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은 연간 약 3000명 규모다. 하지만 이 중 기초의학을 진로로 선택하는 졸업생은 1% 미만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앞으로 10년간 특수분야 의사, 의과학자를 각각 500명씩 늘릴 계획이다.

21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선별진료소 앞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선별진료소 앞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의대 설립 과정은 

국내 의대는 1980년대까지 6개 대학(정원 800명)이 있었다. 이후 의대 신설붐이 일었다. 80년대 후반에는 의대가 28개 대학(정원 2779명)으로 증가했다. 90년대 들어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정원 40명 규모의 신설 의과 대학 9곳이 승인됐다. 이후 41개(정원 3253명)로 늘었다.

2000년 의약분업을 시행한 후 의대 입학정원을 10% 감축했다. 이후 2006년까지 지금의 3058명으로 계속 줄었다. 이후 증원 움직임이 일었다. 2012년에는 ‘의사인력 수급 추계 TF’가 운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의 반발로 정원을 늘리지 못했다. 현재는 40개 의대(의전원 포함), 정원 3058명이다.

의대 정원 확대 추진방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의대 정원 확대 추진방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일방적 증원 정책 중단" 요구 

의사협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3일 오전 성명서를 내고 “졸속·일방적 의사 인력 증원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혼란을 틈타 면밀한 검토 없이 필수의료 분야와 지역 의료인력 확보라는 허울뿐인 명분을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보건의료를 책임지는 전국의 의사들을 대표하는 의협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정부 측에서 의료 인력 증원 근거로 제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의협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평균 증가율 보다 3배 이상 높은 반면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보다 낮다”며 “2038년이 되면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OECD 평균을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 필수의료나 지역 의료가 무너졌고, 이를 되살리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이 전혀 없는 정치적 표퓰리즘의 산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필수의료 분야나 지역의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은 의사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억누르고 쥐어짜기에만 급급한 보건의료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최대집 회장을 비롯한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무분별한 의대정원 증원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최대집 회장을 비롯한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무분별한 의대정원 증원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의료비 폭증, 질 저하 초래할 것"

그러면서 근본 대책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의협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나 지역에서 소신 있게 진료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다지지 않고, 단순히 의사 인력 증원만으로 모든 걸 살리겠다는 정책은 실패할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또 “무분별한 의사 인력 증원은 의료비의 폭증,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보건의료의 문제점을 전혀 개선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정의 일방적 결정과 밀실 논의라고도 지적했다. 의협은 “즉각 중단하고 당사자이자 전문가 단체인 협회와 긴밀한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 “실패할 것이 자명한 의사 인력 증원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정치적 목적만을 앞세운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단휴진 불사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이 지난 14~21일 회원 2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참여자의 85% 이상은 총파업 등 직접 투쟁을 통해 정부의 정책을 바로잡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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