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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CEO는 1타 강사’…SK그룹 사장들 카메라 앞에 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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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님이 쉬운 설명으로 핵심만 일목요연하게 짚어주심.“
”귀에 쏙쏙 들어와요. 한번 들으면 이해도가 확 올라갑니다.“

여느 인터넷 강의 후기 같이 들린다. 하지만 이는 SK그룹의 사내 교육 플랫폼인 mySUNI의 ‘CEO 특강’에 달린 댓글이다. 강사는 SK그룹의 주요 최고 경영자들이다. 22일 SK그룹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 CEO들이 지난달부터 인터넷 강의에 직접 출연해 경영환경 변화와 사업의 이해, 조직 문화 등을 설명하는 강사로 활동 중이다. 인터넷 강의에 익숙한 20·30세대에 쉽게 다가서는 동시에 업무 등에 필요한 지식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서다.

CEO가 등장하는 강의라고 해서 업무 얘기만 하는 건 아니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그린 밸런스 2030’을,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ICT 기업의 성장 방식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주제로 각각 강의했다. SK㈜  장동현 사장은 투자형 지주회사를 이끄는 수장 답게 'M&A를 이끄는 사람들'을 주제로 했다. 그간 투자 사례를 활용해 케이스 스터디 형식으로 구성한게 특징. SK네트웍스 박상규 사장은 ‘행복, 철학을 말하다’를 주제로 강단에 섰다. 현재까지 23명의 CEO가 강의 영상에 출연했다.

SK그룹의 온라인 학습플랫폼인 mySUNI에서 진행 중인 온라인 강의 ‘CEO 특강’에 출연한 최고 경영자들. 사진은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특강 광고 이미지다. (아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SK㈜ 장동현 사장,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

SK그룹의 온라인 학습플랫폼인 mySUNI에서 진행 중인 온라인 강의 ‘CEO 특강’에 출연한 최고 경영자들. 사진은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특강 광고 이미지다. (아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SK㈜ 장동현 사장,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

강의는 편당 30~40분가량. 비교적 짧은 강의이지만, 강의 준비에는 한 편당 꼬박 두 달 가량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스토리 작성과 촬영 후 편집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CEO 촬영 자체에 걸리는 시간만도 하루다. 온라인 강의인 만큼 촬영 장소는 CEO의 사무실이나 회의실, mySUNI 학습장 등 다양하다. 가장 많이 강의를 한 건 박상규 SK네트웍스 사장으로 그간 총 5편에 출연했다.

CEO 특강이지만, ‘최대한 재밌게’가 목표

CEO 특강이지만 젊은 직원들의 입맛에 맞춰 최대한 재미를 더했다. 재미가 없으면 직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덕분에 예능에서나 나올 법한 발랄한 자막이 CEO들의 머리 위로 지나가기도 한다. 카메라는 CEO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추며 ‘보는 맛’을 더했다. 직원들에게 CEO 특강을 알리기 위한 ‘인터넷 배너 광고’까지 만들었다.

CEO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강의 후반부에 다음 강의를 예고하는 쿠키 영상에도 출연해 호응을 얻었다. 다양한 재미 요인을 넣은 덕에 반응도 좋다. SK그룹의 한 직원은 "CEO들이 메이크업까지 하고 진정성 있게 강의하는 모습이 수능 1타 강사 느낌"이라며 "사장님과 더 가까워진 기분이고 사업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인기는 조회 수로도 나타난다. 강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이수’를 기준으로 평균 3000여 명이 본다고 한다. 일부 강의는 5000회가 넘는 ‘이수’ 건수를 자랑한다. 강의에 대한 평가를 담은 댓글도 100여 개씩 달린다.

CEO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인터넷 강의에 등장한 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생각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은 “끊임없이 배우는 학습조직으로서의 SK그룹”을 강조해 왔다. 여기에 젊은 직원들과 친해지기 위해선 CEO급 리더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다. 최 회장 본인이 잇따라 유튜브에 등장해 친근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최 회장은 지난해 그룹 내 관계사들을 방문해 직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행복 토크’를 100회 동안 진행한 바 있다.

한편, SK그룹은 CEO 특강과 별도로 20·30 직원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트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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