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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놀면 뭐하니…만들어 쓰고 길러 먹고 코로나 ‘자급자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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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왼쪽부터 화분서 키우는 텃밭, 버섯재배 키트, 프랑스자수. [네이버쇼핑·인스타그램 캡처, 사진 퍼밀]

왼쪽부터 화분서 키우는 텃밭, 버섯재배 키트, 프랑스자수. [네이버쇼핑·인스타그램 캡처, 사진 퍼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주부 하모(45)씨는 최근 창고에 넣어두었던 요구르트 제조기를 꺼내 쓰고 있다. 몇 년 전 신기해서 샀다가 두세 번 만들고 관리가 번거로워 잊고 지내던 제품이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요구르트 만들기에 재미를 붙였다. 하씨는 베란다에 각종 허브도 키우고 있다. 그는 “‘집콕’ 기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 같아 쓸데없이 초조했는데 이런 것을 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뭔가 이룬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텃밭세트 작년보다 판매 2배 늘고 #두부·요구르트·와플 제조기 불티 #십자수·비즈 수공예품도 인기

회사원 서모(42)씨는 최근 난생 처음 뜨개질에 도전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을 주문해 유튜브와 책을 보면서 조카에게 선물할 모자를 완성했다. 서씨는 “주말에 책 읽는 것도 한두 시간이지 시간 보내기가 너무 지겨워서 시작했다”며 “어깨가 아프지만, 보람이 커서 지금은 내가 쓸 가방을 뜨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장기화하면서 필요한 식품이나 물건을 직접 만드는 ‘자급자족 소비’가 늘고 있다. 집에 갇혀 지내는 김에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면서 경제적으로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자급자족 소비’ 관련 제품 판매량은 최대 두 배 늘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자급자족 취미는 채소 직접 재배다. 베란다나 다용도실에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이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5월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박세리 선수가 테라스에 상추와 공기정화 식물을 대량으로 키우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인기를 얻었다. 한 온라인 쇼핑몰엔 ‘박세리 화분’이 등장하기도 했다.

G마켓에선 지난 한 달 ‘텃밭 세트’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113%) 가까이 올랐고, 모종은 66%, 씨앗은 27% 증가했다. 특히 물만 주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콩나물 키트, 하루 3번 물만 주면 1주일 만에 수확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는 버섯 재배 세트도 잘 팔린다. ‘아이들이 버섯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좋아한다’는 후기가 많다. 흙 없이 깔끔하게 키울 수 있는 수경재배 식물도 반응이 좋은 편이다. 잡념을 없애주고 시간 가는 것을 잊게 해준다는 수공예품 제작 관련 제품도 잘 팔린다. 십자수(46%), 비즈(22%), 펠트(6%), 퀼트(6%) 재료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증가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엔 수공예품 인증 사진이 넘쳐난다. 유튜브 등 각 동영상 플랫폼엔 초보도 따라 할 수 있는 콘텐트가 많고, 시작이 쉬운 세트 상품도 다양하다. 21일 현재 인스타그램엔 #프랑스자수 #프랑스자수독학 #프랑스자수도안 같은 관련 해시태그(#)가 각각 40만여 개, 1만3000여 개, 1000여 개에 달한다.

두부나 요구르트, 치즈 등 주로 사 먹던 식품을 시간을 투자해 만들어 먹는 소비자도 늘었다. 두부·두유 제조기의 동기간 판매 신장률이 2배 이상(179%)이고, 요구르트 제조기 판매도 20% 늘었다. 각종 간식 메이커의 판매량은 83% 늘었다. 특히 와플 메이커는 무려 394%나 ‘폭풍 성장’했다. 제빵·제과기도 18%, 빙과기기 용품은 6% 더 판매됐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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