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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랑에 늙는 줄 몰라요" 노인봉사대 '은빛봉사단'

중앙일보

입력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서울시립북부노인종합복지관에는 새하얀 머리칼이 아름다운 자원봉사단원들이 있다. 평균 연령이 70세가 넘는 '은빛 나눔단' 이다.

나이에 구애되지 않고 이웃에게 베품을 실천하는 것이 이들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나눔단은 병아리봉사.관내봉사.강사활동.도시락 배달 등 4개 소모임으로 조직돼 있다.

병아리 봉사팀은 복지관에 새로 오는 노인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복지관 시설 관리는 관내 봉사팀이 맡고 있다. 강사활동 봉사팀은 영어.한문.서예 등 강의를 맡고 있다.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도시락배달 봉사팀은 지역 내 지체부자유 노인 32명에게 매일 점심을 배달한다.

나눔단이 만들어진 것은 1997년 9월. 북부복지관을 이용하던 노인 30여명이 "일평생 우리가 받은 것을 남에게 베풀어 갚자" 는데 뜻을 모았다.

해마다 신입 단원을 받아들여 지난해 7월에 맞이한 3기생까지 모두 80여명. 매일 봉사활동에 나서는 열성 활동가만 55명이다.

"어르신들이 없으면 복지관을 제대로 꾸려나가기도 힘들죠. " 북부노인종합복지관 박준기(朴俊騎.42.여)과장은 "다른 복지관에서는 사람이 모자라 도시락 배달 봉사는 엄두도 못낸다" 고 말했다.

나눔단 단원들은 대부분 노원구에 살지만 인천.의정부.강남 등지에서 오는 이들도 많다. 일본어 초급반에서 40여명을 가르치는 강사활동 봉사팀 최순범(崔順範.75)씨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으로 이사갔지만 계속 봉사하러 나온다" 고 했다.

4개 팀으로 움직이는 정규 봉사 외에도 나눔단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팔을 걷어붙인다. 특히 손자.손녀 세대에 뭔가 기여하고 싶어 한다.

지난해 10월 정신지체아동 교육기관인 '동천학교'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서 에어로빅을 공연해 그곳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도록 했다.

올 6월에는 인근 상명여중을 시작으로 학교 식당 봉사, 도서관 사서 활동 등 본격적인 '손자들 돕기' 에 나설 계획이다.

관내봉사팀장 신두식(申斗植.74.여)씨는 "70세가 넘으면 도움받는 나이라지만 아직도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일이 많다" 고 했다. 같은 팀 신종남(愼宗南.71.여)씨도 "나이도 있는데 좀 쉬라고 걱정해 주지만 오히려 봉사하는 것이 나의 기쁨" 이라고 맞장구친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자원봉사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나눔단이 돕는 사람들 중에는 이들보다 나이가 적은 노인들도 많다. 손치숙(孫致淑.75.여)씨는 "나보다 어리지만 병석에 있는 할머니의 밥상을 차려줄 때는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 고 했다.

"우리 노인들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집에만 있지 말고 함께 일하자" 고 입을 모으는 은빛 나눔단원들. 4기 단원을 28일까지 모집한다. 문의 02-948-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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