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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DJ 정부의 외주화와 공정성 없는 직고용이 ‘인국공 사태’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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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갑생 기자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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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공사 노조원들이 외주회사의 비정규직인 보안검색 요원들을 공사가 정규직으로 직고용하겠다는 방침과 관련해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지난 7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공사 노조원들이 외주회사의 비정규직인 보안검색 요원들을 공사가 정규직으로 직고용하겠다는 방침과 관련해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709명 대 3468명.’

인천공항, 개항 때 외주 80% 넘어 #안전 관련 보안검색, 소방도 포함 #DJ 정부의 외주화 정책 논란 불씨 #경쟁 없는 직고용, 청년 분노 증폭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할 당시 인천공항공사 본사 인원과 아웃소싱(outsourcing) 인력을 비교한 수치로 5배 가까이 차이 난다. 아웃소싱은 기업 업무의 일부를 경영 효과 및 효율의 극대화를 위한다는 취지로 제3자에게 위탁한 걸 말한다. ‘외주’라고도 부른다.

어떤 업무가 외주 대상이었을까. 인천공항공사에 개항 당시 아웃소싱 현황 자료를 요청했으나 “보유 중인 가장 오래된 자료가 2003년 기준”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2003년 외주 인력은 3821명, 본사 인력은 730여명으로 아웃소싱 비율은 84%였다. 외주 부문은 모두 31개로 여객터미널 환경미화와 유지관리, 조경시설 유지관리, 주차장 셔틀버스 운영 등 비교적 단순업무가 많았다. 그런데 이 중엔 공항 안전에 필수적인 부문도 여럿 포함됐다.

보안검색이 대표적이다. 두 개 업체에 454명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테러 시도 같은 유사시를 대비해 미국과 독일 등에선 정부가 담당한다. 여행 짐을 다루는 수하물처리시스템(BHS, Baggage Handling System)과 공항소방대, 그리고 조류 충돌을 방지하는 야생조수 관리부문 역시 외주였다.

인천공항은 왜 시작부터 이들 분야까지 외주업체에 맡겼을까. 개항 과정에 정통한 전직 고위 관료에게 물었다. 그는 익명을 전제로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국공 보안검색 직원 정규직화

인국공 보안검색 직원 정규직화

보안검색, 공항소방대까지 모두 아웃소싱 된 이유는.
“당시 김대중(DJ)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공기업 효율화와 비용 절감에 큰 비중을 뒀다. 또 인천공항은 민영화 대상 공기업이었다. 이 때문인지 공기업을 관할하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본사 인력의 증원을 거의 허용하지 않았다. 여기에 당시 김포공항의 보안검색을 담당했던 경찰이 병력 부족 등을 이유로 인천공항에 무관심했고, 정보기관까지 아웃소싱을 밀어붙였다. 결국 보안검색과 소방대 등을 외주업체에 맡겨야만 했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 직고용이 안 됐다.
“여전히 재정 당국에선 증원에 부정적이었고,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나 인천공항 경영진도 사실상 큰 관심이 없었던 때문으로 알고 있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그는 “보안검색과 소방 분야 등이 왜 여태 직고용이 안 됐는지 확인해보니 증원을 허가받기 어려웠고, 겉으로 공항 운영에 큰 문제가 없는 까닭에 역대 정부나 공항 경영진도 별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더라”고 말했다.

2016년 인천공항에서 중국인 2명이 공항 출국장을 몰래 빠져나와 밀입국하는 사건이 발생해 여러 대책이 나왔지만, 보안검색 직고용은 빠져 있었다. 이때까지 외주에서 본사 직고용으로 바뀐 사례는 딱 2차례 있었다. 2016년 출입증 발급 분야(8명)와 2017년 폭발물 처리 분야(16명)로 모두 공개경쟁 채용 방식을 썼다.

그러다가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에서 ‘1만명 연내 정규직 전환’이라는 폭탄 같은  선언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일 만에 가진 현장 방문자리에서 정일영 당시 인천공항 사장이 약속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1만명 가까운 외주 인력이 3개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대부분 수용됐다. 소방과 야생조수 관리(214명) 부문은 본사 직고용 절차가 진행 중이고, 1900명의 보안검색 요원 역시 이 절차를 앞두고 있다.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약 1100명)는 별 경쟁 없이 직고용하고, 이후 입사자(약 800명)는 공개경쟁을 하기로 했다.

인국공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국공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천공항 입사를 준비하던 취업준비생은 물론 청년층에서 크게 반발했다. ‘로또 정규직’이란 용어도 나왔다. 너무나 쉽게, 힘든 경쟁 없이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공기업의 정규직이 되는 상황에 대한 분노였다.

하지만 정일영 전 사장(현 국회의원)은 “정규직 신입 공채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라며 핵심을 벗어난 반박을 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도 “그 이전이었다면 비정규직으로 뽑았을 일자리의 상당수를 정규직으로 뽑게 돼 훨씬 더 많은 취업준비생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반영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인천공항 본사 노조와 일부 취준생들은 보안검색 요원의 직고용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가야 할 게 있다. 보안검색이 공항 안전에 꼭 필요해 직고용해야 할 분야인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보안검색은 공항과 항공 안전의 최일선에 있는 관문”이라며 “검색 요원 전원을 직고용할 필요까지는 없을지 몰라도 안전 업무를 빈틈없이 수행할 수준의 인력은 신분 안정을 위해서라도 직고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문제는 직고용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다. 대통령 방문 이전 입사자는 서류와 면접 등 형식적 절차만 거쳐서 직고용한다는 방침은 납득하기 어렵다. 외주회사 비정규직과 인천공항 정규직은 분명 차이가 크다. 그렇다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전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일반인에게도 지원 기회를 줘야 한다. 대신 기존 직원은 경력 등에 따라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배려할 수 있다. DJ 시절 밀어붙인 외주화의 해묵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직고용은 반드시 절차의 공정성을 인정받아야만 또 다른 논란거리를 남기지 않을 것이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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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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