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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하이패스 없이 무정차 통과···'무한진화' 톨게이트의 숙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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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운영 중 완전 전자식 요금수납시스템인 AET. [사진 한국도로공사]

미국에서 운영 중 완전 전자식 요금수납시스템인 AET. [사진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나 유료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통행료를 받는 시설이 있습니다. 바로 '톨게이트(Toll Gate)' 인데요. 우리말로는 '요금소'라고 부릅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톨게이트라는 단어는 1095년 영국에서 발간된「최후의 날(Dooms day Book)」이란 책에서 처음 사용됐으며, 1286년 런던 다리에서 처음 통행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미국은 1656년 영국에서 통행료 제도를 들여왔다고 하네요.

 유료도로 제도는 유럽에선 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등 13개국이 도입했고 일본과 미국,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가 재정만으로는 부족한 도로건설 재원과 관리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서입니다.

 통행료, 영국에서 처음 징수 시작  

 우리나라에서는 1968년 12월 경인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통행요금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경부·호남고속도로 등이 속속 개통하면서 통행료수입은 더 늘어나게 됐는데요. 현재는 도공의 연간 통행료 수입이 약 4조원에 달합니다.

 통행료를 받는 톨게이트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폐쇄식'과 '개방식'인데요. 폐쇄식은 경부고속도로 등 대부분의 노선에서 이뤄지는 방식으로 IC(나들목)마다 요금소를 설치해 실제 이용 거리에 해당하는 통행료를 받는 방식입니다. 요금을 내고 나가면 일반도로와 연결됩니다.

하이패스 차로와 현금 수납 차로가 함께 있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요금소. [뉴스 1]

하이패스 차로와 현금 수납 차로가 함께 있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요금소. [뉴스 1]

 반면 개방식은 수도권처럼 IC 간 거리가 짧고, 고속도로가 도시지역을 통과하는 등 현실적으로 IC마다 요금소를 두기 곤란한 상황일 때 사용되는데요. 도로 상의 일정 지점에 요금소를 설치해 요금소별 최단이용 거리에 해당하는 통행료를 징수하는 방식입니다. 요금소를 통과해도 계속 고속도로 상에 머물게 됩니다.

 요금소에서 현금 직접 수납이 원조  

 그러면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는 어떻게 받을까요. 가장 오래되고 아직도 남아 있는 방식이 요금창구에서 수납원에게 직접 현금을 내는 겁니다. 폐쇄식의 경우 통행권을 수납원에게 준 뒤 해당 요금을 건네면 되고, 개방식은 정액으로 정해진 요금을 납부하면 됩니다.

경부고속도로 초기의 톨게이트. [사진 한국도로공사]

경부고속도로 초기의 톨게이트. [사진 한국도로공사]

 단순한 방식이지만 차량이 몰릴 때면 요금을 내기 위해서 줄을 길게 서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공회전 등으로 인해 배기가스 배출량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 방식은 1968년 이후 30년 넘게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현금 대용으로 일정액이 충전된 고속도로 카드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지불 방식이 일부 다양화됐을 뿐인데요.

경부고속도로 초기 통행권

경부고속도로 초기 통행권

 2000년 하이패스 도입으로 큰 변화  

 획기적인 변화는 2000년 6월 전자식 수납방식인 '하이패스(hi-pass)'의 도입이었습니다. 전자식 수납의 일종인 'ETC(Electronic Toll Collection)' 방식으로 차량 내에 하이패스 같은 특정 단말기를 설치한 뒤 요금소의 전용 차로를 통과하면 자동으로 요금이 지급되는건데요.

하이패스 시스템은 2000년 6월 처음 도입됐다. [중앙포토]

하이패스 시스템은 2000년 6월 처음 도입됐다. [중앙포토]

 통행료를 내기 위해 통행권을 뽑을 필요도, 요금소에 정차할 필요도 없어서 요금소 통과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는 게 장점입니다. 물론 하이패스 차로를 지날 때 속도를 시속 30㎞가량으로 대폭 줄여야만 하는 데다 전용차로 입구로 진입하는 통로가 좁아 충돌사고도 간혹 발생하곤 합니다.

 하이패스 시스템은 도입 이후 보급률이 빠르게 늘어 80% 초반까지 상승했는데요. 하지만 개인정보 노출 등을 꺼리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아 더 이상 보급률이 늘지는 않고 있습니다.

 2018년엔 '다차로 하이패스'로 진화  

 2018년에는 기존 하이패스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방식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하이패스 전용차로를 2~3개씩 묶어 더 빠르게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한 '다차로 하이패스' 입니다.

하이패스 차로 2~3개를 한데 모은 '다차로 하이패스'. [사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차로 2~3개를 한데 모은 '다차로 하이패스'. [사진 한국도로공사]

 도로 위에 하이패스 인식기능을 장착한 '갠트리(수평 철 구조물 중간에 넓은 간격을 두고 지지대를 내려 다리 모양으로 만든 구조물)'를 설치해 장애물을 최대한 없앤 덕에 통과속도가 시속 80㎞가량으로 향상됐습니다. 다차로 하이패스 옆에는 직접 현금을 수납하는 차로와 창구가 따로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ORT(Open Road Tolling)'라고 부릅니다. 갠트리를 써서 도로 상에 자동차 주행을 막는 별다른 구조물이 없기 때문에 'Open Road(탁 트인 도로)'란 단어를 쓴 거로 해석됩니다. ETC 보다 한 단계 앞선 방식으로 미국의 뉴햄프셔 등 여러 주에서도 사용 중입니다.

 'AET', 최첨단 전자식 요금수납 방식  

 그런데 이보다 더 진화된 요금 수납 방식이 있습니다. 바로 'AET(All Electronic Tolling)' 방식인데요.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완전 전자식 요금수납 시스템'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AET는 ORT에 영상 인식과 후불 고지 수납방식이 추가된 건데요. 또 별도의 현금수납 창구가 없습니다.

 이 시스템에서는 하이패스 같은 단말기가 없는 차량도 속도를 줄일 필요 없이 요금소를 통과할 수 있는데요. 갠트리에 설치된 영상 인식 장치를 통해 통과 차량의 번호판을 인식해 추후에 요금을 청구하게 됩니다.

미국에서 운영 중인 AET 시스템. [사진 한국도로공사]

미국에서 운영 중인 AET 시스템. [사진 한국도로공사]

 사전에 등록한 은행 계좌에서 요금을 인출하거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요금 고지서를 보내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는데요. 물론 하이패스 같은 특정 단말기를 단 차량은 통과와 동시에 요금이 정산됩니다.

 이렇게 되면 통과 속도가 빨라지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어드는 데다 현금 수납을 위해 별도의 인원을 배치할 필요도 없어 여러모로 효율적이라는 설명입니다. 미국의 여러 주와 대만, 노르웨이, 캐나다 등 전 세계 10여개 국가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원톨링'에 사후 수납 더하면 AET

 국내에서도 현재 유사한 시스템이 운영 중인데요. 11개 민자고속도로에 설치된 '원톨링(One Tolling)' 시스템으로 도공이 관리하는 재정고속도로와 민자고속도로를 연결해서 이용할 경우 영상으로 차량 번호를 인식해서 최종 톨게이트에서 한 번만 통행료를 정산하면 되는 방식입니다.

국내 11개 민자도로에 원톨링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국내 11개 민자도로에 원톨링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2016년에 11월에 도입됐으며 이전에는 재정고속도로에서 민자고속도로에 진입할 때 중간정산을 해야 하고, 또 민자고속도로를 빠져나갈 때도 중간정산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후 재정고속도로를 다시 이용하면 또 최종 정산을 해야 합니다.

 이런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한 게 바로 '원톨링'입니다. 하이패스 차량은 원톨링 시스템을 지날 때 자동으로 중간 정산이 이뤄지고, 현금 납부 차량은 최종 톨게이트에서 한 번만 돈을 내면 됩니다.

원톨링 개념도. [자료 한국도로공사]

원톨링 개념도. [자료 한국도로공사]

 수납원 고용유지, 과적 단속 등 숙제  

 원톨링 시스템에 후불 고지 수납방식만 보태면 사실상 AET가 되는 셈입니다. 국토교통부와 도공에서는 이 같은 AET 시스템을 '스마트 톨링(Smart Tolling)'이라고 부르는데요. 당초 올해까지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몇 가지 문제로 인해 2022년 이후로 미뤄졌습니다.

스마트 톨링 개념도. [자료 한국도로공사]

스마트 톨링 개념도. [자료 한국도로공사]

 분명 스마트 톨링이 전면 도입된다면 여러모로 장점이 있고, 효율적일 겁니다. 하지만 기존 요금수납원의 고용 유지 문제를 풀어야 하고, 현재 일반 톨게이트에서 이뤄지고 있는 과적 단속을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도 해결해야 하는 등 숙제가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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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차량 영상 인식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논란도 우려됩니다. 스마트 톨링이 연기된 것도 이러한 영향 때문입니다. 첨단 시스템을 도입하면서도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해법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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