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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11년 만에 서울 유니폼…이젠 ‘쌍용 혈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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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기성용(왼쪽)과 이청용이 FC서울에서 함께 뛰던 2009년 당시 모습. 올 시즌 기성용은 서울, 이청용은 울산에서 뛴다. [연합뉴스]

기성용(왼쪽)과 이청용이 FC서울에서 함께 뛰던 2009년 당시 모습. 올 시즌 기성용은 서울, 이청용은 울산에서 뛴다. [연합뉴스]

기성용(31)이 11년 만에 프로축구 FC서울에 복귀한다. FC서울은 19일 “기성용과 입단 계약조건에 상호 최종합의했다. 20일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한다. 구단은 이후 계약 절차를 마무리하고 입단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늘 메디컬테스트 거쳐 공식입단 #2년6개월에 연봉 7억 이상 조건 #연초에는 감독·구단 측과 오해도 #예전 팀 동료 이청용과 맞대결 관심

앞서 서울 구단 관계자는 18일 열린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전 직후 “계약과 관련해 기성용 측과 상당히 접근했다. 최종 합의가 남았다”고 밝혔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기성용과 구단이 잘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리그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계약 기간은 2년 6개월이고, 최소 1년은 서울에서 뛰는 조건이 유력하다. 연봉은 7억원 이상”이라고 전했다. 연봉은 K리그 최고인 전북 현대 김진수(14억3500만원)에는 못 미친다. 그래도 서울의 최고 연봉자인 고요한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은 수준이다. 양측은 바이아웃 조항(약 7억원)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아웃은 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를 다른 구단이 영입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최소 이적료다. K리그  여름 등록 기간은 22일까지다.

기성용은 2006~09년 서울 1군에서 활약했다. 2009년 유럽에 진출했고, 잉글랜드·스코틀랜드·스페인 등지에서 뛰었다.

기성용은 16일 소셜미디어에 ‘Time to work KI(기, 다시 일할 시간)’라고 적었다. 또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울 공격수 박주영에게 ‘행님 곧 봅시다’, 카타르 알가라파 구자철에게는 ‘얼른 한국으로 와라. 같이 뛰게’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서울 행을 암시한 것이다.

기성용과 박주영이 함께 뛴 2008년 당시 모습. [중앙포토]

기성용과 박주영이 함께 뛴 2008년 당시 모습. [중앙포토]

올 2월 기성용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 계약이 끝난 직후 서울 복귀를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2009년 셀틱(스코틀랜드)으로 떠날 때 서울 계약서에 ‘K리그 복귀 시 원소속팀 우선협상’ 조항을 넣었다. 위약금 26억원 함께 걸었다. 하지만 서울 구단과 최용수(47) 감독은 기성용 영입에 소극적이었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오해가 쌓였다. 기성용은 소셜미디어에 ‘거짓으로 내게 상처를 준다면, 나도 진실로 당신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적었다. 전북 현대와 협상은 위약금 조항 탓에 결렬됐다.

기성용은 다시 해외 쪽을 알아봤고, 마요르카(스페인)와 4개월 단기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스페인 리그가 중단됐다. 발목 부상이 겹쳤다. 마요르카 계약이 끝난 지난달 말 귀국했다. 기성용 측은 카타르 등 다른 해외리그를 알아봤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코로나19로 이적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 마요르카에서도 한 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부인 한혜진씨 등 가족도 기성용의 귀국을 바란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이들 부부 인스타그램에는 딸이 잠자리채로 아빠 머리를 덮친 사진을 올라왔다.

기성용 딸 시온이가 잠자리채로 아빠 머리를 덮친 사진. [사진 기성용 한혜진 인스타그램]

기성용 딸 시온이가 잠자리채로 아빠 머리를 덮친 사진. [사진 기성용 한혜진 인스타그램]

기성용의 서울 복귀는 양측에게 ‘윈-윈’ 계약이다. 서울은 18일 포항에 1-3으로 완패했다. K리그1 12개 팀 중 10위(3승1무8패)로 처졌다. 5연패 등 부진이 이어지면서 2부 강등을 걱정하는 처지다. 최용수 감독도 이번에는 기성용에게 직접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입장에서 기성용은 천군만마다. 김환 해설위원은 “올 시즌 서울은 중원에 구심점이 없어 공수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부상과 부진 등으로 오스마르·한찬희·한승규·알리바예프·고요한 등이 번갈아 뛰었다. 기성용이 중앙에서 흐름을 잡아준다면, 동료들도 함께 좋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8년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이청용 어시스트를 받아 골을 터트린 기성용이 기뻐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8년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이청용 어시스트를 받아 골을 터트린 기성용이 기뻐하고 있다. [중앙포토]

기성용은 최근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쳤다. 다만 발목이 좋지 않아, 서울에 입단해도 곧바로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 팬들은 그가 팀의 부활을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에서 함께 뛰며 ‘쌍용’으로 불렸던 이청용(32)은 올 3월 독일 보훔을 떠나 K리그 울산 현대에 입단했다. 이청용은 올 시즌 3골·1도움으로 울산의 선두 싸움을 이끌고 있다. 이청용과 기성용의 ‘쌍용 맞대결’이 성사되면 K리그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과 서울의 경기는 다음 달 30일 울산에서 열린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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