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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일 방문, 취식 금지”…방역 시험대 오른 경로당 20일 재개

중앙일보

입력

5개월 문 닫자 “친구 보고싶다” 하소연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역아동센터와 노인복지관, 경로당 등 이용시설의 휴관을 권고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한 경로당에 붙은 임시휴관 연장 안내문. [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역아동센터와 노인복지관, 경로당 등 이용시설의 휴관을 권고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한 경로당에 붙은 임시휴관 연장 안내문. [연합뉴스]

“친구를 못 보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충북 진천군 덕산읍에 사는 한종수(80) 천년나무경로당 회장은 18일 “경로당이 수개월째 문을 닫으면서 오갈 데가 없어진 회원들이 마음고생을 컸다”며 이같이 말했다. 방 3개와 러닝머신·자전거·안마기, 노래방 기계 등을 갖춘 이 경로당은 회원 30여 명의 사랑방이자 건강지킴이 역할을 했다.

복지부, 오는 20일부터 경로당 운영 허용 #관리책임자 지정, 실내 환기 지침 마련 #코로나 확산 수도권, 대전·광주 보류할 듯 #전문가 “고령 어르신 방역지침 이행 관건”

 노래 강사가 찾아와 음악 교실을 열고, 삼삼오오 모여 윷놀이와 컴퓨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 확산한 지난 2월 말 휴관을 결정했다. 한 회장은 “날씨가 더워지면서 무더위 쉼터로 쓰던 경로당을 갈 수 없으니 고충이 더 심했다”며 “일부 회원은 경로당 밖을 서성이며 ‘언제 문을 여는 거냐’고 수차례 물었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5개월 동안 휴관 조처했던 전국 경로당이 운영을 재개한다. 충북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지역의 환자발생 동향과 사회적 거리두기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오는 20일부터 경로당 문을 열 수 있도록 허용했다.

폐쇄공간서 공동생활…감염 우려 여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어울렸던 충북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 경로당.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어울렸던 충북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 경로당. 연합뉴스

 이에 따라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는 수도권과 대전·충남, 광주광역시를 제외한 다수의 자치단체가 경로당 운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국 경로당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만7024개다. 이곳 대부분은 무더위 쉼터를 겸하고 있다. 고금숙 복지부 보건사무관은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갈 곳이 마땅히 없는 어르신들의 관리 문제가 제기됐다”며 “여름철 건강관리 차원에서도 경로당 운영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고려해 단계별 재개 방침을 지자체에 알렸다”고 설명했다.

 경로당은 감염병에 취약한 노인이 폐쇄된 공간에서 장시간 공동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집단발병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난 3월 충북 괴산 장연면 오가리 경로당에서 함께 밥을 먹은 노인 등 11명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경로당 출입자 전원에 대한 발열체크와 명부 작성을 하는 관리책임자(회장·총무 등)를 두도록 했다. 입실 시 마스크 착용, 실내에서 최소 1m 이상 거리두기, 음식물 반입 금지, 에어컨 가동 시 2시간마다 환기 등 지침도 권고했다.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정했다. 경로당마다 체온계와 손 소독제도 비치하도록 했다. 강연·체육 활동 등 소규모 프로그램은 당분간 제한한다.

운영시간 줄이고, 강사 프로그램 제한

충북 진천군이 오는 20일 경로당 운영 재개를 앞두고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 진천군]

충북 진천군이 오는 20일 경로당 운영 재개를 앞두고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 진천군]

 이달 말 1054개 경로당을 열 계획인 청주시는 격일제 운영방안을 마련했다. 회원 수가 30명 이상인 경로당일 경우 하루에 10명씩 돌아가면서 방문하는 방식이다. 개방 시간은 권고 지침에서 1시간 줄인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박찬길 청주시 노인장애인과장은 “경로당 운영 전에 실내 방역과 청소를 할 예정”이라며 “한 번에 많은 사람이 경로당에 몰릴 경우 거리두기 원칙을 어길 수 있어 입실 인원을 제한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충북은 오는 20일 제천시와 괴산·보은·진천·음성군, 오는 27일 충주시와 옥천군이 경로당 운영을 재개한다. 단양군은 보류, 최근 확진자가 발생한 영동군도 당분간 휴관을 이어간다. 엄영숙 대한노인회 충북 경로당광역지원센터장은 “경로당 문을 열었을 때 고령의 어르신들이 세부적인 방역지침을 스스로 이행할 수 있도록 사전 교육과 점검이 필요할 것 같다”며 “경로당에 음식물을 가져와 함께 나눠 먹는 행위는 코로나 집단감염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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