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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가 풀어주자 승부수…檢, 채널A 前기자 구속영장 청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채널A 마이크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채널A 마이크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채널A 강요미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직 기자에 대한 구속수사에 나섰다. 시민의 시각으로 의혹을 다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열리기 9일 전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며 전격적으로 내린 결정이다.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15일 오후 4시30분께 이모 전 채널A 기자에 대해서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팀은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을 알렸다.

이철 전 대표에 ‘협박성 취재’ 혐의 적용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하도록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협박했다는 혐의(강요미수)를 적용했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이 전 대표를 상대로 취재 및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추가 처벌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협박성 취재’를 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을 자처한 ‘제보자 X’ 지모씨와 이 전 기자와의 대화 내용 등을 증거로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구속 수사에 나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秋 지휘로 독자 수사 가능해지자 영장 청구

수사팀은 지난 3월 의혹이 보도된 이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고발이 이어지자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초기화한 점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 청구를 검토해 왔다.

그러나 수사팀은 대검찰청 실무진과의 의견 대립으로 인해 곧장 영장을 청구하지는 못했다. 수사팀은 강요미수 혐의가 인정된다는 반면 대검은 수사팀이 범죄 성부(成否)에 대해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맞섰다.

그러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인해 수사팀은 대검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수사가 가능해졌다. 수사팀은 ‘특임검사’에 준하는 권한을 가진 지난 9일 이후 엿새 만에 구속영장 청구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결정에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의사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서울고등법원 제공=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서울고등법원 제공=연합뉴스]

24일 수사심의위 개최…승부수 통할까

법조계에서는 수사팀이 오는 24일 수사심의위가 열리기 전 이 전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사회 각계 시민들로 구성되는 수사심의위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가 비친다는 이유에서다. 수사팀으로서는 수사심의위가 ‘수사 중단’ 등을 권고할 경우 ‘걸림돌’에 넘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는 “최종 처분 내용을 심의하고, 결정하기 전까지 수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수사심의위 일정에는 성실하게 참여하고,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사팀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법원이 수사팀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수사심의위 논의에서 주장할 ‘수사 계속’ 의견에 명분이 더해진다. 그러나 영장이 기각된다면 혐의 적용 및 수사 과정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수사팀은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간의 수사 경과 및 증거 등을 내세울 것”이라며 “그런데도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다면 수사팀으로서는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례 자체가 흔치 않다”며 “수사팀이 승부수를 던진 것 같으나 실패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건물에 휘날리는 검찰 깃발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건물에 휘날리는 검찰 깃발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 채널A 기자 “형사소송법 기본 원리 도외시”

수사팀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이 전 기자는 즉각 반발했다.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은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초기화한 것은 수사가 착수되기 전의 일로서 기본적으로 취재원 보호를 위한 것이었다”며 “통상 사건에서 수사를 앞두고 사생활 보호 등 사유로 휴대전화를 교체했더라도, 곧바로 구속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요미수죄 성립에 대해 검사 등 법률가 사이에서도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는 상황”이라며 “미수에 그쳐 피해 발생이 없는데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리조차 도외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로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상 법원에서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수사팀과 변호인 사이에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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