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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비판 들끓자 뒤늦게 "서울시 성희롱 방지 조치 점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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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조직위원회 창립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여성가족부 이정옥 장관과 김윤덕 의원(국회스카우트의원연맹 부회장)이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뉴스1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조직위원회 창립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여성가족부 이정옥 장관과 김윤덕 의원(국회스카우트의원연맹 부회장)이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뉴스1

여성가족부가 14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과 관련해 "고소인이 인터넷 상에서 피해자 신분 노출 압박 등 '2차 피해'의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은 즉각 중단돼야 하며, 피해자 보호원칙 등에 따라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관련 입장'을 내고 "이 사건의 피해 고소인은 피해자 지원기관들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여성가족부는 지원기관 협력체계를 통해 추가로 필요한 조치들을 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또 서울시의 성희롱 방지 조치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재발방지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여가부에 이를 제출하도록 요청하겠다고 했다.

여가부가 고 박 시장의 고소인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비판 여론에 못 이겨 뒤늦게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가부는 그동안 각종 성범죄 근절과 미투 운동 지원에 힘써왔지만, 정작 이번 사건 관련해선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 보호 등에 침묵으로 일관해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 당시와 비교되는 행보로 비판 여론이 커졌다. 2018년 8월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 여가부는 ‘피해자의 용기와 결단을 끝까지 지지할 것이며 관련 단체를 통해 소송 등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이런 전례에 비춰봤을 때 현 상황에 대해 별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여가부에 주무부처로서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특히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성범죄 근절을 강조하는 행보를 해왔던 점에서 이번 '침묵' 행보는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 고인의 운구차량이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 고인의 운구차량이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

이 장관은 지난 5월 여가부의 '2019 성폭력 안전 실태조사' 보도자료를 내면서 "성폭력 근절에 대한 엄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피해자적 관점에서 지원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가 예견됐고, 실제 현실화했지만 여가부는 별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고소인이 2차 가해에 대해 직접 경찰 수사를 의뢰한 후 여가부가 뒤늦게 보호에 나서겠다고 한 모양새다.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 배석한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장관은 회의에서 고 박 시장 관련 현안에 대해 별 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부처 보고에 대해 양성평등 관련 발언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가부가 이날 오후 들어 고 박 시장의 고소인에 대한 입장을 내놓기로 결정한 것은 갈수록 커지는 비판 여론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가부가 박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상황에서 서둘러 고소인 대책 마련에 나서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안 전 지사 미투 사건의 경우 양쪽 당사자가 있고, 사건 실체가 어느 정도 규명된 상태였다"며 "이번에는 박 시장이 사망한 것 때문에 나서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 박 시장의 장례가 마무리된 만큼 피해자 보호에 목소리를 낼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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