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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대선공약’ 학교 뉴딜···21조 프로젝트가 길 잃었다

중앙일보

입력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일 종로구 송월길 시교육청에서 ‘학교현대화 뉴딜, 미래를 담는 학교 추진 계획’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일 종로구 송월길 시교육청에서 ‘학교현대화 뉴딜, 미래를 담는 학교 추진 계획’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최대 21조원의 예산을 들여 서울 시내 노후 학교를 혁신하는 '학교 뉴딜'이 난관에 부딪혔다. 사실상 '대선공약'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공들였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빈자리에 관련 정책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일 박 전 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현대화 뉴딜 사업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서울시와 시교육청은 10년여 동안 30년 이상 된 881개 학교(건물 1366동)를 개축 및 리모델링한다.

노후 학교를 다시 짓는 이 사업에는 최대 21조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발표에 나선 조 교육감은 시와 교육청의 예산 8조6000억원을 투입하고 앞으로 중앙정부의 지원을 끌어내 최대 21조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뉴딜'은 사실상 박원순 시장 대선공약"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고인의 영정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뉴스1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고인의 영정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뉴스1

서울시교육청 안팎에선 '학교 뉴딜'이 대선주자를 꿈꾸던 박 전 시장의 교육 대선공약이 될 것이라는 시선이 있었다. 발표 당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대권을 꿈꾸는 박 시장의 교육 부문 공약의 밑그림을 담고 있는 사업이고, 예산 상당 부분도 서울시가 부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박 전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거라는 우려가 커졌다. '학교 뉴딜'은 절친한 사이인 박 전 시장과 조 교육감 두 사람이 함께 구상한 사업으로 알려졌다. 발표도 두 사람이 이룬 공감대를 바탕으로 만든 구상을 공개하는 선에서 이뤄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뉴딜'은 조 교육감과 박 전 시장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한 정도"라면서 "아직 구체적인 예산 규모나 사업 대상 학교 등을 선정할 계획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원·사업 확대 서울시에 기대…난항 우려

2014년 11월1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열린 상생과 협력의 글로벌 교육혁신도시 서울 선언식 공동 기자회견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4년 11월1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열린 상생과 협력의 글로벌 교육혁신도시 서울 선언식 공동 기자회견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중앙포토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은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가 많은 재원을 부담할 거라는 기대를 갖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따라서 시와 시의회를 설득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 박 전 시장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무회의 배석자인 서울시장이 직접 대통령에게 '학교 뉴딜'을 국가 프로젝트로 선정해달라고 건의하려던 계획도 어렵게 됐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뉴딜'을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에 포함시켜 규모를 키우는 걸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2014년 조 교육감이 당선된 뒤 6년 동안 두 사람은 함께 정책을 추진하며 보조를 맞췄다. 박 전 시장과 조 교육감은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직접 소통하며 빠른 방역 대책을 내놓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학원 시설 방역과 농산물꾸러미 지급 등의 정책을 추진해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뉴딜은 아직 구상 단계이고 규모가 커 조 교육감과 박 전 시장이 의욕을 갖고 추진해야 할 사업이었다"면서 "기관장끼리 소통하며 빠르게 일을 추진하는 방식은 어려워졌지만, 차질 없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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