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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옵티머스 748억 투자한 전파진흥원장도 한양대 동문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자산운용 본사 모습. [뉴스1]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자산운용 본사 모습. [뉴스1]

5000억 원대 펀드 사기 의혹을 받는 옵티머스 자산운용사에 공공기관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전파진흥원)이 기금 748억원을 투자했다가 감사를 받고 이를 철회한 사실이 13일 확인됐다. 특히 투자 당시 전파진흥원장과 옵티머스의 전ㆍ현직 대표는 한양대 동문이었다. 야권에선 “거액의 국가기금이 ‘한양대 인맥’을 통해 움직인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미래통합당 강민국 의원실에 제출한 ‘특정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파진흥원은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방송통신발전기금ㆍ정보통신진흥기금(기금) 748억원을 옵티머스에 투자했다. 전파진흥원은 방송발전기금 관리 및 방송통신콘텐츠 진흥, 전파 서비스 제공 등을 하는 과기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옵티머스 자산운용에 748억 원을 투자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감사 결과 보고서. [미래통합당 강민국 의원실 제공]

옵티머스 자산운용에 748억 원을 투자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감사 결과 보고서. [미래통합당 강민국 의원실 제공]

과기부 감사관실은 2018년 3월부터 3개월간 감사에 착수해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에 기금을 투자한 방식이 자체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파진흥원은 사모펀드를 통해 자산을 운용할 경우 내부 지침에 따라 계약서에 ▶기금 운용대상 및 방법 ▶기준수익률 ▶위험허용한도 ▶성과측정 등을 담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전파진흥원은 옵티머스에 투자하며 이 같은 내용을 계약서에 담지 않았다.

또 전파진흥원 지침은 “사모펀드 투자 시 신용등급 ‘A-’, 혹은 관리대상 종목 등엔 투자를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748억원의 기금은 모두 옵티머스를 통해 투자 부적격 회사로 분류된 건설사 두 곳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에 과기부는 “전파진흥원이 기금을 자의적으로 운용했다. 국가의 공적자금이 투자제한 업체의 경영자금으로 사용돼 공공기관의 공신력을 훼손시켰다”며 전파진흥원에 ‘투자 담당자 징계’ 등의 처분을 내렸다.

야권은 전파진흥원의 투자 시점에 주목했다. 미래통합당 사모펀드 비리 특위 소속 강민국 의원은 “전파진흥원이 투자를 시작한 시점은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 뒤인 2017년 6월이고, 마지막 투자는 이혁진 전 대표가 해외 도피성 출국에 나선 날(2018년 3월 22일)과 일치한다”며 “거액의 국가기금이 옵티머스로 흘러 들어간 과정에 대해 수사기관의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혁진 전 대표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 [미래통합당 성일종 의원실 제공]

이혁진 전 대표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 [미래통합당 성일종 의원실 제공]

또 강 의원은 “옵티머스의 이혁진 전 대표와 구속된 김재현 대표, 당시 전파진흥원장이 모두 한양대 출신”이라며 “공공기관의 투자 사실 자체가 옵티머스의 공신력을 높였을 가능성이 크다. 자금 유치에 ‘한양대 인맥’이 동원됐을 가능성에 대한 진상규명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당시 전파진흥원장이던 A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투자는 원장 전결사항이 아니라서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투자는 기금을 운용하는 팀과 자산운용위원회가 통제를 한다. 원장이 자의적으로 투자하지 못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또 ‘한양대 인맥’ 의혹과 관련해선 “(의혹이 제기된) 그런 분들이 누군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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