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생활속의 과학] 얼얼한 `통증` 전해지면 체온 상승

중앙일보

입력

뻘겋게 고추장 범벅이 된 낙지볶음. 군침이 돌아 먹다보면 어느새 얼굴에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격한 운동을 한 것도, 음식이 뜨겁지도 않은데 땀은 쉬 멈춰지지 않는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왜 땀이 나는 것일까.

그 비밀은 고추에 들어있는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이라는 물질과 교감신경이 열쇠를 가지고 있다.

우선 혀는 단맛·신맛 등 맛을 느끼는 세포가 각각 다른데,매운 맛은 의외로 통증을 느끼는 통각(痛覺)세포가 감지한다. 통각세포는 못에 찔렸을 때나 몽둥이에 맞았을 때 아픔을 느끼는 데 매운 맛도 여기서 알아채는 것이다. 이 세포는 살·피부 등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래서 매운맛이나 일반 통증이나 대뇌로 전달되는 경로가 같은 것을 알 수 있다. 즉, 고춧가루를 먹으면 혀-척수-대뇌로 통증이 전달돼 대뇌에서 몸의 각 부위에 통증에 대응할 수 있도록 명령을 내리게 된다.

땀은 대뇌의 명령을 받은 교감신경계의 작용으로 나온다. 땀샘은 겉 피부 밑에 있는데 이 땀샘이 열리고 닫히는 동작을 교감신경계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 교감 신경계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몸에 그물형태로 넓게 퍼져 있어 운동을 하게 되면 피를 빨리 돌게하거나 호흡·소화 등을 촉진하는 등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응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교감신경계는 캡사이신이 세포를 손상시킨 것으로 보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 각종 영양을 함유한 피를 빨리 돌게 하는 데 이 때 피부의 온도가 올라가고 따라서 땀이 나는 것으로 의학계는 해석하고 있다. 날씨가 춥거나 무서운 상황에서 얼굴이 새파랗게 굳는 것 도 교감신경이 피의 흐름을 조절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주 매운 고춧가루를 먹게 되면 처음엔 따갑다가 조금 있으면 입 안이 얼얼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통각세포가 두 단계에 걸쳐 통증을 대뇌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매운 맛을 느끼자마자 위급상황에 대한 경보로 0.1초 정도의 순간에 대뇌로 신호를 보내고, 그 뒤는 지연통각이라고 해서 얼얼해지는 것을 알리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