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행청소년 정신의학적 치료는 …

중앙일보

입력

학교 폭력 ·폭발물 사이트 개설 등 청소년 비행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문제아 혹은 비행청소년으로 불리우는 이들은 정신의학적으로 행실장애(품행장애)환자다.

선진국 통계에 따르면 환자수는 청소년의 약 10%.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다섯배 정도 많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 정유숙교수는 “우리나라는 90년대 초만해도 청소년의 3∼4% 정도로 추정했지만 핵가족화 ·교실붕괴 등으로 환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밝힌다. 증가일로를 걷고 있는 비행청소년의 문제점과 대책을 알아본다.

누구나 인정하는 인텔리 아버지 밑에서 자라 가출과 무단결석을 반복해온 A군(16).

가출후엔 집을 나온 또래들과 어울려 각종 비행을 저질렀다. 상담자와의 첫대면에서 “말을 안듣거나 성적이 떨어질 때마다 수시로 아버지가 때려 늘 억울한 마음을 지니고 살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어릴 땐 능력이 없어 가만히 참고 지냈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그간 쌓였던 분노심이 어머니를 때리고 가출하는 등 비행을 저지르는 쪽으로 폭발했던 것.

AA군 아버지 역시 어릴 때 수시로 맞고 자란 탓에 “아이가 잘못했을 때 부모가 때리는 게 뭐 어떠냐”는 생각이다.

강북삼성병원 소아정신과 노경선교수는 “비행청소년은 성장과정에서 훈육에 문제가 있기 마련”이라면서 “우선 부모가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반성하고 아이와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치료가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A군도 입원기간중 “너의 억울함은 이해하나 비행을 저지르면 망하는 것은 결국 너 자신”이라는 식의 이해와 설득을 통해 여느 아이들처럼 치료가 잘 되는듯 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간 사흘뒤 아버지로부터 맞고 나서 또다시 돈을 훔쳐 가출했다.

품행장애는 타고난 기질에다 성장과정에서 심리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

즉 까다롭고 반(反)사회적인 성격을 타고난 아이가 자라면서 적절한 훈육을 못받고 충동조절이 안될 때 비행을 저지른다.

어릴 때 욱박지르는 부모 밑에서 수시로 맞고 자란 아이들에게서 흔한데 초등학교때 말썽꾸러기로 통하다가 중학교 때부터 비행을 저지르기 시작한다.따라서 사춘기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면 곧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서울대의대 소아정신과 조수철 교수는 “학교를 안 가거나 부모에게 심하게 대들고 심지어 엄마를 때리는 아이들은 하루빨리 전문가 상담을 받을 것”을 강조한다.

품행장애는 우울증·과잉행동장애 등 다른 문제가 원인이 되어 발병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실제 환자 30∼50%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환자다. 즉 유난히 부산스럽고 산만하다보니 말썽꾸러기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쉽게 당하고 아이의 행동에 시달린 부모나 선생님은 시도 때도 없이 아이를 혼낸다.

물론 아이는 자신이 산만한 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왜 혼나는지 모른다. 혼내는 어른과 따돌리는 또래에 대해 늘 억울한 생각뿐이다.

이런 아이들이 산만함을 고쳐주는 약물치료를 받지 않고 청소년이 될 때까지 방치되면 품행장애 환자가 되기 쉽다.따라서 산만함을 약물로 빨리 치료해줘야 한다.

우울증이 동반된 품행장애도 우울증 치료를 하면 좋아진다.감정이 불안정하고 충동적일 땐 리티움같은 약물치료를 한다.남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이 심할 땐 항정신병 약물을 복용토록 한다.

비행 재발을 막기 위해선 문제의 행동을 수정하고 한계를 설정해 주는 등 행동치료와 함께 가족치료를 적어도 반년 이상은 받아야 하며 학교 선생님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