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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묻자 "나쁜 자식"…성추행 폭로되자 대리사과한 이해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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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3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당 고위전략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예기치 못한 일로 시정 공백이 생긴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며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사과드린다. 당은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의 메시지를 강 대변인이 약 25초간 대독하는 형태였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강 대변인은 “다음 주에 (고소인 측이) 추가 입장을 낸다고 알고 있다. 그것까지 보고 필요하다면…”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진상조사에도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그동안 박 시장 추모에 집중하며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해왔다. 그랬던 민주당의 이날 사과는 “사안의 시급성과 중대성 때문”(강 대변인)이라는 설명이다. 오전에는 박 시장의 장례절차가 마무리됐고, 성추행 피해 고소인 측이 기자회견을 연 만큼 ‘더는 사과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날 이 대표의 사과는 피해 호소인측 기자회견이 있은 지 3시간여(오후 5시 17분) 만에 나왔다.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피해 호소인측 회견에선 “박 시장이 침실로 불러 신체접촉을 했다. 비공개 채팅방에서 속옷 사진을 보냈다”는 등의 구체적 피해 정황이 일부 공개됐다. 또 “안희정 지사와 오거돈 시장의 미투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박 시장이 성추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이 기자회견이 결국 버티던 여권의 기류를 바꾸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침묵하던 청와대도 반응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고(故) 박원순 시장이 9일 새벽 청와대 통보로 피소 사실을 알게 됐다’는 언론보도는 사실무근이다. 청와대는 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서면브리핑을 했다. 박 시장이 9일 청와대 통보로 성추행 피소 사실을 알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아울러 피해 호소인의 고통과 두려움을 헤아려 피해 호소인을 비난하는 2차 가해를 중단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피해 호소인과 그 가족이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피해 호소인의 입장을 일부분 반영한 메시지다.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는 가운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조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는 가운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조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다만 여권의 사과 모드에도 논란은 또 생겨났다. 이해찬 대표가 직접 등장하지 않고 대변인을 통한 '대리사과' 형식을 썼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박 시장 빈소에서 성추행 의혹 관련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이 대표는 “나쁜 자식”이라고 했고, 이때도 강 대변인이 해당 언론사에 대리사과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이 대표를 향해 “결자해지하라”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당 최고위 회의에서 김해영 최고위원은 “당 일원으로서 서울시민과 국민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당 지도부급에서 처음 나온 사과 발언이었다. 하지만 당장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제명하라” “탈당하고 수준에 맞는 당을 찾아가라”며 김 최고위원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미래통합당은 "이제 진실의 시간이 왔다"며 공세의 고삐를 더욱 죌 기세다. 통합당은 ①성추행 의혹의 실체적 진실 ②박 시장이 피고소 사실을 알게 된 경우 등을 집중적으로 따지고 나섰다. 통합당 지도부에서는 이날 “영결식이 끝나면 피해자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김종인 비대위원장) “국회 차원에서 철저히 챙기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겠다”(주호영 원내대표)는 메시지가 연달아 나왔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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