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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장군 현충원 안장 금지해달라"…민족문제연구소 가처분신청

중앙일보

입력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는 13일 고(故) 백선엽 장군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대전지법에 냈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법원에 가처분 신청 #"친일반민족행위자 현충원 안장될 수 없다" #군 원로들 "상징성 고려 서울현충원 안장해야"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 국민장 시민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 국민장 시민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민족문제연구소는 가처분 신청서를 통해 "수많은 독립군을 사살한 친일반민족행위자가 현충원에 안장될 수 없다"며 "헌법 전문에 규정된 3·1운동 정신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친일행위자들의 묘가 (현충원에서) 이장되더라도 국민이 느낀 정신적 고통은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민족정기를 훼손하지 않도록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달라"고 법원에 호소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와 광복회 대전충남지부, 독립유공자유족회 대전지부 등은 14일 오후 2시 대전지방보훈청 앞에서 백선엽 장군의 대전현충원 안장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15일 오전 10시에는 대전현충원 앞에서 시민대회도 할 예정이다. 지난 11일 별세한 백 장군은 오는 15일 대전현충원 장군2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육군과 국가보훈처는 백 장군 유족의 뜻에 따라 대전현충원 내 장군2묘역 안장을 확정했다고 했다. 유족 측은 백 장군이 별세한 다음 날인 11일 대전현충원에 안장하겠다는 의사를 육군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백 장군은 한국군 최초 4성 장군이자 6·25전쟁 영웅으로 평가돼 온 만큼 공로로 보면 현충원 안장 자격엔 문제가 없다. 다만 서울현충원은 1996년 장군 묘역이 다 찬 상태다. 대전현충원에는 장군 묘소를 위한 공간이 23곳 남아 있다.

 일각에선 6·25전쟁 전사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서울현충원의 상징성을 고려해 백 장군을 이곳에 안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 원로들 사이에서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울현충원 내 국가원수 묘역이 다 찼음에도 안장됐던 사례를 거론하며 ‘정부의 의지가 결여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육군협회도 11일 “백 장군이 서울현충원 전우들 곁에 영면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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