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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SK바이오팜' 찾아라…'대어 낚시터' 장외시장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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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강모(40)씨는 요즘 비상장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다. SK바이오팜의 '상장 대박'을 본 뒤 다음 순번을 기다리는 '대어'를 일찌감치 낚기 위해서다. 지난 7일에는 SK건설을 주당 1만9200원에 500주가량 샀다. 강씨는 "상장 가능성이 있는 대기업 계열사라 장기적으로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나중에 공모를 통해 상장할 땐 경쟁률이 치열해 원하는 만큼 주식을 받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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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거래대금 급증…"초대박 맞아보자"

장외 시장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장외 시장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이 거래되는 시장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가 대표적인 플랫폼이고, 38커뮤니케이션·피스탁 같은 사설 장외 시장도 있다.

9일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K-OTC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4억80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1%가량 늘었다. 특히 이달 들어 일평균 거래액이 75억83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43억1000만원)보다 76%가량 많은 수치다. 지난 7일에는 하루 거래대금이 125억원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10조원대로 내려앉았던 전체 시가총액도 14조7000억원대로 불어났다.

K-OTC(한국 장외시장) 일평균 거래대금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K-OTC(한국 장외시장) 일평균 거래대금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갑자기 장외 시장에 투자자가 몰린 건 'SK바이오팜 효과'다. 한 장외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XX로 집 한 채 삽시다", "우리도 초대박 맞아봐요" 같은 글이 줄지어 올라와 있다.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K-OTC부장은 "SK바이오팜 공모주 투자가 우수한 성과를 거뒀는데, 개인은 공모주 배정을 받아도 몇 주 안 되다 보니 상장 전 기업을 사려는 투자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될성부른 나무를 떡잎부터 알아보고'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9일 5만원에 마감, 이달 들어서만 45% 올랐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며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강남센터 팀장은 "고액자산가는 물론 소액투자자도 상장을 앞둔 카카오게임즈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같은 종목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진 데다, 시장에 진입한 제약·바이오기업에서 호재가 잇따른 점도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배경이다. 신약개발업체 아리바이오는 치매 치료제의 미국 임상 2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비마약성 진통제를 개발 중인 비보존도 미국 임상 3상에 참여할 환자 등록을 시작했다. 실제 K-OTC 시장의 올해 누적 거래대금 상위 5개 종목이 모두 바이오 또는 코로나19 진단키트주였다. 그중 아리바이오 주가는 이달 들어 두 배로 뛰었다.

올해 K-OTC 내 거래대금 큰 10개 종목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올해 K-OTC 내 거래대금 큰 10개 종목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투자 땐 상장 무산 등 주의해야

K-OTC 주식은 일반 주식과 마찬가지로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거래 시간(오전 9시~오후 3시 30분)도 같다. 다만 시간 외 거래는 없다. 매도·매수 호가가 일치하면 주문의 수량 범위 내에서 거래가 체결된다. 벤처기업과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는 소액주주에 한해선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지만, 대기업 계열사에 투자할 땐 차익의 20%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여기에 없는 종목은 장외 시장 사이트를 통해 주식 매도자와 매수자가 일대일로 매매한다.

투자 땐 신경 쓸 것이 많다. 거래량이 비교적 적은 탓에 주가 변동성이 크고, 추후 상장이 무산되거나 연기되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 기업·투자 정보를 제대로 알기도 어렵다. 장외 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엔 거래도 번거롭다. 당사자들끼리 가격을 협의해야 하므로 상대방 신원 확인이 필수여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가 기업 재무상태와 관련 이슈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며 "개인 간 거래 과정에서 사기를 당할 가능성도 있어 공신력 있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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