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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못쉰다는데 "말만 잘하네"…흑인 목 짓누른 경찰 음성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이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트위터 캡처]

5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이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트위터 캡처]

"숨을 쉴 수가 없다."(조지 플로이드) 
"그만 말하라. 그럴수록 산소만 부족해진다."(데릭 쇼빈)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당시 녹취 공개

미국 전역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불러온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당시의 상세한 전말이 공개됐다. 플로이드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데릭 쇼빈 등 경찰관들의 바디캠에 녹화됐던 대화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다.

녹취록에 담긴 플로이드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수차례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지만, 당시 경찰관들이 이를 번번이 무시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5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관 데릭 쇼빈이 8분 46초간 흑인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숨지게 한 사건이다.

당시 플로이드는 식당에서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 사건으로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 MATTER)”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조지 플로이드 25차례가 넘게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 상태면 곧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쇼빈은 “그만 말하라. 그만 소리쳐라. 그럴수록 산소만 더 부족해진다”고 대답했다.

또한 플로이드는 죽음의 위기에도 자신의 엄마를 부르며 사랑한다고 말하고, 자신의 자식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쇼빈은 "너무 말이 많다"고 말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법원에서 공개된 경찰 바디캠 녹취록. 5월 25일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관들에 의해 사망한 정황이 자세히 담겨 있다. [NYT 캡처]

7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법원에서 공개된 경찰 바디캠 녹취록. 5월 25일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관들에 의해 사망한 정황이 자세히 담겨 있다. [NYT 캡처]

특히 플로이드의 호소에 데릭 쇼빈은 죽지 않을 거란 의미로 “말이 많으니 산소가 많이 필요하다”며 비꼬는 듯 말한 내용도 공개됐다. 다른 경찰관 알렉산더 쿤도 “지금 말 잘하고 있으니 넌 괜찮다”고 거들기도 했다.

또 다른 경찰 동료 토마스 레인은 쇼빈에게 플로이드가 정신을 잃을 수 있으니 몸을 돌려야 하지 않겠냐며 말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쇼빈은  "그래서 지금 구급차가 오고 있는 것"이라며 계속 목을 눌렀다.

레인은 살인 방조 혐의로 기소됐지만 75만 달러(약 8억 9700만원)의 보석금을 조건으로 석방된 상태다. 2급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쇼빈은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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