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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미론·애비론 해드립니다”…미성년자 속여 7억원 뜯은 일당 붙잡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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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에게 대출해 주겠다며 부모의 신분증 사진과 휴대전화를 요구하는 페이스북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미성년자에게 대출해 주겠다며 부모의 신분증 사진과 휴대전화를 요구하는 페이스북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부모님 신분증을 찍어 보내주면 대출을 해주겠다고 미성년자들을 속여 수억원의 은행 대출을 받아 가로챈 일당이 붙잡혔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컴퓨터 등 사기 혐의로 A(21)씨 등 5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모님 명의 휴대전화와 신분증만 있으면 대출을 해준다”는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청소년들의 부모 명의로 대출을 받아 22명에게서 총 7억5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피해 청소년들에게 “부모의 휴대전화에 원격조종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라”고 지시한 뒤 부모의 신분증 사진을 받아 공인인증서를 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 사이트에 접속해 비대면 대출을 받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예금계좌에 있는 금액도 대포통장을 이용해 빼돌렸다.

경찰은 첩보와 각 지역 경찰서에 접수된 피해신고 등을 토대로 추적에 나섰고, 올해 4월 말부터 약 2개월에 걸쳐 이들 일당을 차례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금융기관의 경우 촬영한 신분증 사진만으로도 비대면으로 공인인증서 발급이나 계좌 개설이 가능했다”며 “이런 취약점이 범죄에 악용된 만큼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SNS상에 대출을 미끼로 부모의 신분증과 원격조종 앱 설치를 요구하는 글이 많은 만큼 가정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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