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신분증을 찍어 보내주면 대출을 해주겠다고 미성년자들을 속여 수억원의 은행 대출을 받아 가로챈 일당이 붙잡혔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컴퓨터 등 사기 혐의로 A(21)씨 등 5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모님 명의 휴대전화와 신분증만 있으면 대출을 해준다”는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청소년들의 부모 명의로 대출을 받아 22명에게서 총 7억5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피해 청소년들에게 “부모의 휴대전화에 원격조종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라”고 지시한 뒤 부모의 신분증 사진을 받아 공인인증서를 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 사이트에 접속해 비대면 대출을 받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예금계좌에 있는 금액도 대포통장을 이용해 빼돌렸다.
경찰은 첩보와 각 지역 경찰서에 접수된 피해신고 등을 토대로 추적에 나섰고, 올해 4월 말부터 약 2개월에 걸쳐 이들 일당을 차례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금융기관의 경우 촬영한 신분증 사진만으로도 비대면으로 공인인증서 발급이나 계좌 개설이 가능했다”며 “이런 취약점이 범죄에 악용된 만큼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SNS상에 대출을 미끼로 부모의 신분증과 원격조종 앱 설치를 요구하는 글이 많은 만큼 가정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