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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세제 개편안 2주 안돼 땜질, 원칙없는 과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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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말 많고 탈 많던 금융 세제개편 방안을 정부가 다시 ‘개편’한다.

투자자들 주식양도세 신설 반발에 #기재부 ‘매달 징수’ 원안 손보기로 #펀드투자가 직접투자보다 불리 #세제 형평성 문제도 보완 추진 #“정부 오락가락, 국민 불신 키워”

지난달 25일 대책을 발표한 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아서다. 소액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주식 양도소득세를 신설하면서도 증권거래세는 찔끔 내리는 금융 세제개편안을 두고 비판이 커지자 정부가 땜질에 나섰다.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관련 정책도 손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6일 “금융 세제개편안에 대한 투자자 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7일 공청회를 열어 수렴하겠다”며 “수정안은 오는 22일 발표 예정인 세제개편안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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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투자보다 국내 투자에,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펀드)에 불리하게 설계된 부분이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다. 기존 안에 따르면 주식 직접투자로 3000만원의 이익을 보면 20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반면에 간접투자를 하면 같은 돈을 벌어도 6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정부는 뒤늦게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 일정 기간 동안의 손실과 이익을 가감해 세금을 물리는 ‘손실 이월공제 기간’(3년)이 너무 짧고 장기 투자자에 대한 혜택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재검토 중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통계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에선 적어도 4년 이상이 돼야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월공제 기간을 최소 5년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영국 등은 이월공제 기간에 제한이 없다.

주식 이중과세 논란에 … 정부는 “거래세 유지” 여당은 “폐지”

금융투자 소득을 달마다 원천징수하는 문제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애초 정부 안대로면, 주식 투자 기간이 한 달로 끝나지 않는데 세금은 매달 떼가고, 최종적으로 손실이 나서 세금을 돌려받으려면 별도의 환급 신청을 해야 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원천징수로 인해 주식 보유나 거래에 불편을 준다면 세제가 잘못된 것”이라며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세 둘 중 하나는 폐지하는 것이 맞는데 둘 다 남겨놓으면서 조세 저항만 더 키웠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놓은 안이 국회에 가면 매번 뒤집히는 것도 투자자·납세자 입장에선 혼란스럽다.

이미 긴급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에서도 반복됐던 일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론을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정부 발표 후 11일 만에 여당 정무위 간사가 정부 안을 사실상 무효화시킨 것이다.

금융 세제만이 아니다. 금융상품 정책에서도 땜질 처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의무가입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주식양도세 신설 등 금융투자소득 과세 도입과 함께 ISA 관련 세제혜택도 늘린다. 예금과 적금, 펀드로 한정했던 ISA에 주식도 추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연간 2000만원인 투자 한도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그동안 ISA는 ‘만능 통장’이란 별명과 달리 가입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있었다. 자연히 투자자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정부는 뒤늦게 개편에 나섰지만 호응이 클지는 미지수다. 특히 200만원 비과세 한도(서민형 400만원)에 대해선 정부가 ‘확대 불가’ 입장인 만큼 실제 개편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제를 비롯한 경제 정책은 안정적이고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신뢰가 생긴다”며 “그런데 정부가 왔다갔다 하다 보니 국민 입장에서는 불신만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불신은 더 커지고 있다.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금 살포성 복지 지출이 늘다 보니 재정을 쓰는 만큼 돈이 걷히지 않고, 그러니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세제를 고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조현숙·김남준·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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