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숙현 가해 지목 선수 "안타까울뿐, 미안함도 사죄할 것도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기홍 대한첵육회장(오른쪽)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기홍 대한첵육회장(오른쪽)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어떻게 주요 가해자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말을 할 수 있느냐”
여당 소속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도종환 의원)조차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를 질책했다. 6일 문체위가 개최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한 긴급현안질의 자리에서다.

이날 현안질의에서 여야 문체위원들은 회의 초반부터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늑장 대응을 맹폭했다. 최 선수 가족이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 4월 들어선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진정서를 제출했음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이유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이번 사건을) 유감스럽게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여당에서는 “이런 미온적인 태도는 어떤 비판 앞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가혹행위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팀닥터’ 안모씨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는 무능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이 “경주시청은 실질적 폭행에 연루된 사람을 팀닥터로 본다. 동의하냐”고 물으며 관련 질의가 시작됐다. 팀닥터 한 사람에게 잘못을 몰아가는 게 체육계의 구조적 병폐를 가릴 수 있다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건 경과 보고서를 들고 질의하고 있다. [뉴스1]

윤상현 무소속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건 경과 보고서를 들고 질의하고 있다. [뉴스1]

그런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팀닥터 관련 정보가 전혀 없다”고 답하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도종환 위원장은 “상임위에 출석해 어떻게 주요 가해자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다는 말을 할 수 있나.장관도 정보 없나.차관은 있나”라며 답변을 촉구했다. 이어 “책임 있는 분들이 정보가 전혀 없으면 회의를 어떻게 진행하나. 무슨 조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도 따졌다. 최윤희 문체부 2차관 역시 “저도 사실 팀닥터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답했다. 도 위원장은 이에 “답답하다. 언론을 통해 알고, 보고도 안하고 그대로 시간만 흘러갔다”고 탄식했다.

현안질의에는 가해자 그룹으로 지목된 김모 경주시청 감독과 장모 선수등도 출석했다. 김 감독과 장 선수는 이날 오전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과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혹행위에 앞장섰다”며 처벌을 촉구한 대상들이다. 이들은 회견에서 두 사람의 실명도 함께 공개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감독 김모씨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회가 선포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감독 김모씨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회가 선포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 의원 등은 회견에서 “부모님과의 회식자리에서 김 감독이 아버지께 ‘다리 밑에 가서 싸우자’고 말하고 어머니께는 ‘뒤집어 엎는다’고 협박했다. 장 선수는 국제대회 나갈 때마다 80~100만원 가량 사비를 통장으로 입금하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을 했다. 그밖에도 “(장 선수가) 숙현 언니가 팀닥터(안모씨)에게 맞고 방에서 우는 걸 보고 ‘쇼하는 것’이라며 정신병자 취급했다. 모든 피해자들은 처벌 1순위로 주장 선수를 지목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회견을 마친 뒤, 문체위 회의장을 찾아 김 감독과 장 선수 등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김 감독과 장 선수 등은 이같은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선수폭행이 일어났던 걸 몰랐던 부분은 사죄하겠다”(김 감독) “폭행ㆍ폭언을 한 적이 없다”(장 선수)는 답변이었다.

김 감독 등과 함께 가해자로 지목된 A선수가 “사죄할 건 없다. 죽은 건 안타까운 건데… 미안한 건 없고 안타까운 마음만 있다”고 했을 때는 회의장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이 의원=“뭐가 그렇게 당당하냐”
▶김 감독=“당당한 게 아니고”
▶이 의원=“사죄할 마음 없다는 건가. 22살 어린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의원 생명을 걸고 모든 걸 다 밝히겠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 의원이 질의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나자 민주당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상임위원 재배치가 끝나지 않아 통합당은 7일부터 상임위에 복귀할 예정이지만 이 의원은 여당의 배려로 문체위 현안질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박정 민주당 의원은 “이 의원의 참석은 긴급현안보고를 같이 하겠다는 것으로 해서 허락했는데 본인 이야기만 하고 나간다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도종환 위원장도 “개인 발언만 하고 나가서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