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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지사 선거서 '혐한' 사쿠라이도 3% 득표...'재특회' 주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 치러진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현 지사의 재선이 확정된 가운데 혐한(嫌韓)주의자인 사쿠라이 마코토(桜井誠·48)도 17만9000여표(득표율 2.92%)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 정당 출신으로는 가장 많은 득표라 일본 내 '혐한 정서'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 정당 지원 후보들 이어 5위 #코로나로 투표율 떨어졌는 데도 #4년 전보다 6만5000표 더 받아 #"도쿄 극우주의자 동향 바로미터" #

사쿠라이는 재일한국인에 대한 혐오 시위와 발언(헤이트 스피치)을 주도하는 '재일 특권을 허락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의 회장을 지낸 극우 인사로 이번 선거에는 위장 정당인 일본제일당 당수 자격으로 입후보했다.

지난 5일 처리진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일본제일당 당수로 입후보한 사쿠라이 마코토의 선거 벽보. [사쿠라이 마코토를 응원하는 모임 트위터 캡처]

지난 5일 처리진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일본제일당 당수로 입후보한 사쿠라이 마코토의 선거 벽보. [사쿠라이 마코토를 응원하는 모임 트위터 캡처]

사쿠라이는 이번 선거에서 예상보다 많은 표를 얻으며 주요 정당들이 지원한 후보들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사쿠라이는 직전인 2016년 도쿄도지사 선거에선 11만4000여 표를 받았다. 이번엔 6만5000여표를 더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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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라 이번 투표율(55%)이 지난번보다 4.73%포인트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실제 득표력은 더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쿠라이는 재특회를 조직해 오랫동안 혐한 시위를 주도해왔다. 가와사키시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헤이트 스피치 규제 조례를 만드는 등 압박이 가해지자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선언하고 2016년 일본제일당이란 정치단체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가두연설을 빙자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계속해왔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혐오 발언에 집중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코로나19를 '우한폐렴', 중국인을 '시나인'으로 깎아내리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향후 중국인 관광객 입국을 거부하고 철저히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일본 내에선 '코로나19로 극우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평론가이자 작가인 후루야 쓰네히라(古谷経衡)는 6일 자신의 기명 칼럼(야후뉴스 게재)에서 "사쿠라이는 2000년대부터 발생한 넷우익(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는 극우주의자) 가운데서도 가장 과격한 '행동하는 보수'의 중심인물"이라면서 "(이번 선거에서) 그의 득표는 적어도 도쿄에서 극우·배외주의자들의 동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짚었다.

반면 지난 선거에서 보수 후보들에게 나뉘었던 극우의 표심이 이번엔 사쿠라이에게 집결한 측면이 강해 특별히 우려할 만한 현상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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