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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 연극 원로의 한국전 이야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93호 21면

나, 살아남은 자의 증언

나, 살아남은 자의 증언

나, 살아남은 자의 증언
김정옥 지음
늘봄

올해 만 88세의 원로 연극인이 긴 세월 가슴속 깊이 묻어둔 청년 시절 이야기를 어렵사리 풀어놓았다. 20년 넘게 걸린 원고를 읽은 아내는 “뭐하러 이런 걸 쓰느냐”며 말렸다고 한다. 식민지-해방과 분단-6·25전쟁으로 이어진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분노가 평화의 염원과 함께 잔잔하게 어우러져 있다. 교과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살아있는 기억이다.

저자는 100편이 넘는 연극을 연출했고, 중앙대 연극영화과 교수와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지낸 바 있다. 한편의 현대사 소설처럼 읽히는 저자의 회고는 광주서중을 다니던 문학청년 시절부터 시작한다. 이념의 광기 속에 회색분자 혹은 수정주의자로 살아왔음을 고백하며, 억울하게 죽어간 친구들을 위해 ‘진혼 굿판’을 벌이는 심정이라고 했다.

6·25전쟁을 저자는 ‘위장된 3차 대전’이라고 부른다. 1950년 5월께 그는 라디오를 통해 북한 방송을 들으며 전쟁을 예감했다고 한다. 조국통일 행진곡이 매일 흘러나오며 내일이라도 당장 쳐내려올 분위기였다고 한다. 김일성은 왜 성급하게 전쟁을 일으켰는지, 그리고 이승만 정부는 정말로 북한이 쳐내려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지가 지금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라고 했다.

배영대 학술전문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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