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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 전문의 윤하나씨의 '성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경구피임약에서 비아그라까지 AP통신은 지난 한 세기를 성이란 단어 하나로 요약했다. 그러나 21세기를 맞이한 한국사회는 성의 열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의 섹스비디오 파문과 러브호텔의 난립, 잇따라 터져나오는 지도층의 성희롱사건은 성에 대한 우리 사회 특유의 이중잣대를 보여준다.

겉으론 비난 일색이지만 속으로 모두 엿보기와 외도, 성희롱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 문제에 관한 한 한국 남성의 왜곡된 성문화가 주범이란 주장이 터져나왔다.

주인공은 국내 여성 비뇨기과전문의 1호 윤하나(30.이대목동병원 전임의)씨.

"남성 산부인과 의사는 괜찮고 여성 비뇨기과 의사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현실이 바로 성차별의 증거입니다."

선진국에는 여성 비뇨기과의사가 수두룩하다는 것이 윤씨의 지적이다.

윤씨 자신도 95년 "시집 못간다" 는 외할머니의 만류를 무릅쓰고 비뇨기과 전공의 과정을 시작했다. 전문직종에서까지 남성우월적 시각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반기를 든 셈이다.

윤씨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성기보다 훨씬 나약하다며 남성 우월론에 쐐기를 박는다.

"남성의 성기는 여성보다 구조와 기능이 복잡해 사소한 충격에도 쉽게 손상되지요. 또 여성 요도는 4㎝ 정도로 짧고 곧지만 남성은 14~18㎝로 길며 꾸불꾸불해 요도관을 삽입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성전환수술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는 것이 대부분이죠. "

성기나 요도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강인하다는 것. 충동적인 성 행동도 남성의 생태학적 취약점이다.

클린턴 스캔들에서 보듯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남성의 성은 말초적이며 단순해 본능 수준인 반면 여성은 정서적이고 이성적이다.

정력에 좋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남성들에게 윤씨가 내리는 진단은 두 가지. 첫째 금연과 운동 외에 좋은 비결은 없다는 것. 비아그라도 발기부전 치료제일 뿐 정력제는 아니다.

둘째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토록 정력에 신경을 쓰느냐는 것이다.

"러브호텔도, 비아그라도 결국 아내 아닌 다른 여성과 외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요. " 성기 중심의 저급한 성 풍속도에 이르면 차라리 동정심마저 인다.

정상 크기임에도 작다고 고민하거나 멀쩡한 성기에 바셀린이나 파라핀을 주입해 울퉁불퉁하게 만든 남성을 숱하게 목격했다.

윤씨가 내린 진단명은 대물(大物)콤플렉스. 황당한 경우도 체험했다.

"성기를 키우려고 페트병 입구를 귀두 부위에 끼웠다가 살이 썩어 응급수술을 실시한 적도 있습니다."

조루도 마찬가지다. 상대 여성을 강박적으로 만족시켜야한다는 변강쇠 콤플렉스가 과민한 남성의 조루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엿보기 신드롬도 여성 앞에 직접 나서지 못하고 숨어서 모니터에 열중하는 나약해진 한국 남성의 슬픈 자화상이란 진단이다.

피해자는 결국 여성이다.

"결혼한 여성 3명 중 2명이 남편과의 성에서 오르가슴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도 성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태도변화가 요구된다.

"자신의 성감대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고 남편에게 자극해줄 것을 부탁해야 합니다. 분비물이 적어 성교통이 있다면 시판 중인 수용성 윤활제를 사용하십시오. "

윤씨가 내놓은 최선의 처방은 부부가 함께 가꾸어 나가는 성이다. 성은 객관적인 모범답안은 없으며 서로 만족할 수 있으면 그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은 성적으로 강한 것보다 자상하게 배려하는 남성을 원합니다." 21세기 모범 남편은 카사노바보다 로미오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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