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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집단 요검사

중앙일보

입력

만성 신장염을 조기에 발견하여 조기에 치료할 수만 있다면 만성 신부전으로 이행되는 것을 상당수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자신은 물론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이득이 될 것이다.

만성 신부전이란 네프론(nephron)의 장애로 인하여 신기능의 장애가 초래되어 사구체 여과가 불가역적으로 감소되는 상태로서 만성 신부전의 초기에는 사구체 여과율이 50%까지 감소하더라도 환자는 별 자각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사구체여과율이 20~35%까지 감소하면 질소혈증이 나타나게 되고 사구체여과율이 20~25%이하로 감소하면 만성 신부전의 증상이 나타나며, 정상의 5~10%이하로 감소할 때 말기 신부전이라고 한다.

만성 신부전의 원인은 지역, 연령, 인종 등에 따라 다르지만 성인의 경우는 당뇨병, 만성사구체신염, 고혈압이 중요한 원인이다. 한편 성인 만성신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인 만성신장염은 대부분 소아기부터 시작되어 서서히 진행되어서 성인에 이르러서 만성 신부전에 빠지게 되는데, 이미 언급한 바와같이 신장기능이 상당히 저하되기 전까지는 자각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지만 만성 신장염은 초기부터 현미경적 혈뇨 또는 무증상성 단백뇨의 소견을 보이기 때문에 소변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초기에 만성 신장염을 진단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 나라도 전 국민의료보험 시대를 맞아서 수명의 연장과 아울러 질병의 다양화로 인하여 투석환자의 수도 점차 늘어나서 1990년에 보고된 대한신장학회의 통계에 따르면 혈액투석 환자가 3,318명이고, 복막투석 환자 수는 1,222명이었으나, 1996년말 현재는 혈액투석 환자가 9,635명, 복막투석 환자는 2,976명으로 증가되었으며, 1998년말 현재 혈액투석 환자가 13,473명, 복막투석이 3,912명으로 만성 신부전 환자수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신장이식술을 시행받은 환자의 수도 1996년 말 5,461명에서 1998년말에는 6,515명으로 증가하였다.

따라서 만성 신장염을 조기에 발견하여 조기에 치료할 수만 있다면 만성 신부전으로 이행되는 것을 상당수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자신은 물론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이득이 될 것이다.

일본은 1974년부터 학교보건법을 제정하여 문부성 주관 하에 범국가적으로 전 국민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집단 뇨검사(mass urine screening)를 의무적으로 실시하여 매우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러한 집단 뇨검사를 시행하게된 배경으로는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만성 사구체 신염은 신부전으로 이행 되고난후에나 자각증상이 나타날 뿐, 그 전까지는 무증상성 혈뇨나 단백뇨만 나타나기 때문에 뇨검사를 받지 않고는 이상 유무를 알 수가 없다.

따라서 학동기에 있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집단 뇨검사를 실시하여 우연히 발견된 혈뇨(chance hematuria)나 단백뇨(chance proteinuria) 환자를 찾아내어 소아 신장학을 전공한 의사 및 전자현미경 검사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여 철저히 진단과 치료를 받게 함으로써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다. 일본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 전체 초등학생 10만 명당 40명에서, 그리고 중학생 10만 명당 50명의 비율로 만성 신장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필자가 1996년 8월23일 국회에 “학교신체검사규칙 개정에 관한 청원서”를 제출하여 1997년 3월14일 제183회 임시국회 제4차 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되어 1998년 1월1일부터 우리 나라의 모든 초중고생은 정부예산으로 집단뇨검사를 의무적으로 받게 되었다.

아직까지 전국규모의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으나 1999년 서울특별시의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단백뇨는 0.1%, 혈뇨는 0.7%에서 검출되었다. 중요한 사실은 일본의 경우, 만성 신장염 중에 가장 흔한 IgA 신병증의 경우 70 - 80% 가 학생 집단 뇨검사에 의해 진단되고, 막증식성 사구체 신염 (MPGN)의 65 - 80%가 또한 집단 뇨검사에 의해 진단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집단 뇨검사에 의해 진단된 IgA 신병증이나 막증식성 사구체 신염 (MPGN)의 경우는 병리조직학적으로도 병변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역억제제 등에 의해 많은 치료효과를 보고 있다.

1989년 일본대학 소아 신장학과의 기따가와 교수에 따르면 학교 집단뇨검사에서 이상소견을 보였던 1,023명 (무증상성 혈뇨 및 단백뇨)을 정밀검사 해본 결과 사구체의 미세병변의 경우는 단지 183예(17.9%)뿐이었고, 나머지 840예는 만성 사구체신염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유소견자들의 사후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아서 유소견자들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는 어렵지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1999년 학생 집단뇨검사 유소견자 중 신장조직검사를 시행한 환자 128명중 메산지움증식성 사구체신염 73명(57%), IgA 신병증 환자 36명(28%)이었다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집단뇨검사를 실시하여 무증상성 혈뇨나 단백뇨 환아를 검출하여 조기진단 및 치료를 함으로써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함은 물론이고, 국가 예산 절감 면에서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우리 나라에는 현재 초중고생의 경우 약 1만명 정도의 만성 신장염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집단뇨검사를 통하여, 이들을 조기 발견하여 치료함으로써 말기 신부전으로의 이행을 최대한으로 억제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따라서 말기신부전으로 이행된 후, 투석이나 신장이식술을 시행하는 것 보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예산절감의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학생, 학부모, 양호교사, 교의(校醫), 학교보건협회, 소아신장전문의, 교육청, 교육부 및 보건복지부의 유기적인 긴밀한 협조로 집단뇨검사 유소견자의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노력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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