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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당뇨병

중앙일보

입력

노인의 수가 늘고 노인당뇨병 환자 수도 늘고 있다
의료기술과 생활형편의 향상으로 평균수명이 늘어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전 국민의 7%를 넘어섰다. 노인의 인구가 늘면서 유병률이 노인당뇨병의 환자수도 늘어나고 있다. 노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5% 이상이다. 우리나라 전국민의 당뇨병유병률이 3 내지 5%인 것과 비교하면 노인들은 다른 연령, 즉 청장년기의 사람보다 당뇨병을 많이 갖고 있는 셈이다.

노인에선 왜 당뇨병이 많은가?
우선 들 수 있는 것이 췌장 기능이 노화에 의해 떨어지는 것이다. 대개 50세 이후에는 약 10년이 지날 때 마다 당분을 먹고난 2시간 뒤의 혈당, 즉 식후 혈당이 5mg/dl씩 올라간다. 예를 들어 60대가 되면 그저 나이가 드는 것만으로 청장년 시절 보다 약 10mg/dl 정도 식후 혈당이 높아지는 것이 흔한데 이러한 이유의 하나가 췌장의 노화인 것이다.

물론 췌장에서 분비된 인슐린도 그 기능이 젊을 때만 못하다. 인슐린의 기능이 예전만 못한 원인들에도 역시 여럿이 있는데 첫째는 노인이 되면서 근육의 양이 줄고 지방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둘째는 노인에선 활동량이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셋째는 노인이 되면 몸의 구석 구석 까지 포도당을 운반해주는 모세혈관의 숫자와 기능이 감소되어 인슐린의 필요한 곳으로의 적절한 이동과 작용이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이밖에도 노인에선 어느 연령층보다도 여러 질병들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고, 동시에 여러 약물들을 사용할 기회가 많은 것도 노인당뇨병 증가의 원인이 된다.

노인당뇨병은 어떤 종류가 있나?
노인에서의 당뇨병은 이른바 인슐린의존성당뇨병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개는 인슐린비의존성당뇨병이고 발병한 연령에 따라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노인이 되기 전부터 있어온 당뇨병을 갖고 있는 노인당뇨병이고, 나머지 다른 하나는 노인이 되어 새로 생긴 노인당뇨병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진단, 합병증의 발생, 치료 그리고 치료의 효과 등에서 차이가 있으나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길이의 제한으로 줄인다.

노인당뇨병은 진단이 어렵다
노인당뇨병에서 진단이 어려운 이유들 중에 중요한 하나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당뇨병이 많다는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다음, 다뇨, 다식과 체중 감소의 증상이 없는 소위 무증상당뇨병이 10 내지 15 퍼센트나 된다. 더구나 노인이 되면 콩팥으로 포도당이 넘쳐 흘러나오는 포도당 역치도 200밀리그램 이상으로 올라가서 소변의 당검사만으로는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뚜렷한 원인이 없이 몸이 가렵거나 피곤하거나 하는 애매모호한 증상들이 있으면 반드시 혈당검사를 하여 당뇨병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당뇨병의 치료는 다르다
청장년기에는 만성합병증의 발병 예방의 차원에서 당뇨를 관리하는데 비해, 노인당뇨병에서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생기는 만성합병증의 방지에 앞서 다음의 목표에 역점을 둔 관리를 한다.

노인당뇨병 관리의 목표 :

  • 저혈당 예방

  • 급성혼수(고삼투압성비케톤성혼수, 유산산증)의 방지

  • 삶의 질(質)을 좋게 하기 위한 당뇨병 증상의 개선
특히 삶의 質(QOL, Quality of Life)의 개선은 중요시 여기는 목표이다. 따라서 노인당뇨병의 관리를 시작할 때 현재의 당뇨병 상태와 함께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여생(餘生), 경제 상태, 가족 상황을 위시한 생활상태를 포함하여 다음과 같은 초기 사항들을 첵크한다.

노인당뇨병 초기 체크 요목 :

  • 혼자서 활동할 수 있는지?, 경제형편은?, 도와주는 사람은 있는지?

  • 지금까지 앓고 있거나 앓았던 병에 관한 사항

  • 현재 복용하거나 주사 맞고 있는 약제들은?

  • 현재의 식습관은?

  • 혈당, 당화혈색소, 지방질, 신장기능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흉부X선 촬영

  • 안과, 신경계 검사

이러한 초기 첵크에 의해 치료가 시작되면 치료의 효과를 판단하기 위한 정기적 혈당검사, 합병증검사를 한다. 물론 이때도 초기에 한 노인으로서의 생활상태 파악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인슐린주사를 맞아야 하는 노인에서 본인 스스로 시력이 나빠 주사를 놓을 수 없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면 곧 다른 적절한 방안을 마련한다.

식사요법도 다르다
노인은 입맛, 코의 냄새 맡는 기능, 소화기능이 변하여 처방되어진대로 식사요법을 하기가 수월치 않은 경우가 많다. 게다가 침샘 및 치아 기능도 떨어져 음식섭취에 어려움이 많다. 더구나 어려운 것은 수십 년간이나 습관이 된 것을 억지로 고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노인에서의 식사요법은 식사의 정규성(定規性)을 강조한다. 식사요법의 세가지 구성요소인 식사량, 영양소 구성 및 식사의 정규성 중에서 맨 마지막의 정규성, 즉 '제때에 먹기'를 중요시 여긴다.

운동요법도 다르다
노인에서의 운동요법에 관하여는, 만일 젊어서 부터 운동을 열심히 해왔다면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나 새로이 시작하는 것은 신중을 요한다. 실제로도 노인당뇨병에서 운동에 의한 혈당강하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약물요법도 다르다
노인당뇨병에서 경구혈당강하제를 사용할 때엔 가능한 몸안에 오래 머무는 것은 피한다. 최근에 그 사용이 늘고 있는 아카르보스제제(상품명은 글루코바이)를 사용할 때에는 주의를 요한다. 만일 소화장애가 있으면 사용이 곤란하고, 약물자체가 여러 영양소들을 함께 끌고 몸밖으로 나가서 영양결핍을 일으킨다. 노인당뇨병에서도 당조절이 안좋거나, 경구약을 먹을 수 없거나 하는 경우들에선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한다.

그러나 노인에서 흔한 시력의 문제, 손놀림의 문제, 정신의 맑은 정도 등을 고려하여 인슐린 주사를 맞을지를 결정하여야한다. 단지 의학적 기준만을 내세우는 것은 곤란하다. 만일 인슐린이 필요하더라도 환자가 완강히 거부하거나, 방금 언급한 경우들과 같은 주사를 놓기 어려운 경우들에선 경구혈당강하제로 차선책을 구하는 수도 종종 있다.

자율신경계의 부조화, 영양 부실, 저혈당을 알아차리는 능력의 감소, 여러 약물의 복용 기회 많음, 콩팥과 간 기능의 약화 등의 이유들로 인해 더 자주 더 심하게 저혈당이 온다. 따라서 노인당뇨병에선 저혈당이 오는 것이 걱정되어서 혈당조절의 기준을 공복 115mg/dl, 식후 2시간 혈당은 180mg/dl로 하고, 만약 콩팥이나 눈의 망막에 합병증이 있으면 공복은 140mg/dl, 식후는 200mg/dl에서 220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한다.

노인 당뇨병인에서도 췌장이식이 합당한가
현재까지의 연구 성적으론 아니다. 굳이 최신 연구 결과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수술에 따른 췌장 외분비기능의 유지 및 면역억제제 사용 등의 어려운 점들에 의해 노인에서 췌장이식은 현재는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췌장의 인슐린 분비 세포만을 이식한다거나 하는 의학적 기술이 발전되면 보다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본다.

노인당뇨병에서도 당뇨병교육은 필수적이다
교육을 통하여 보다 편리하고 편한 관리를 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훨씬 질 좋은 노후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노인당뇨병의 속사정을 일부나마 함께 살펴본 바와 같이, 역시 노인당뇨병은 노인과 당뇨병을 동시에 생각하고 동시에 파악하고 또한 동시에 치료해야만 다듬어질 수 있는 병임을 알 수 있다. 즉, 노인당뇨병은 노인을 알고, 노인병을 알고, 당뇨병을 알고 나서 골고루 정성껏 추스려야 하는 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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