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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인의 발관리

중앙일보

입력

진료실에 들어선 당뇨인에게 양말을 양쪽 다 벗으라면 대개는 의아해 한다. 소변 많이 보고 물 많이 마셔서 왔는데 왜 뚱딴지같이 발을 보자는 것이냐는 것이다. 물론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나면 대개는 수긍을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몰이해의 앙금은 계속 남게된다.

이렇게 설명의 머리에 진료실 이야기를 들먹이며 당뇨병 발에 관하여 함께 알아보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뇨병 발은 신체 장애를 낳을 수 있다는 것과 당뇨병발은 100%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혀 삽질을 하지 않던 사람이 오랜만에 삽질을 하고 나면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는 것을 종종 본다. 또는 새 구두를 신으면 발뒤꿈치가 벗겨져 아프게 된다. 이러한 현상들은 분명 정상적 반응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당뇨인들은 고된 삽질이 아닌 그저 오래 서있는 것만으로도 발에 물집이 생기고, 대수롭지 않은 삽질에도 물집이 잡힌다.

그 이유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말초혈관 질환 및 감염의 세 가지 원인에 의한다. 대개 신경병증과 허혈이 함께 관여하며 단독 원인으로 오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당뇨병 발은 크게 '신경병성 발'과 '허혈성 발'로 나뉜다.

신경병성 발은 체성신경섬유와 자율신경섬유가 손상되어 있으나 혈액 순환은 보존되어 있어 맥박이 만져진다. 발은 따뜻하나 감각이 둔하고 건조해진다. 신경병성 발은 궤양, 신경병성 샤르코(Charcot)관절[당뇨에서 발의 신경계 기능 저하로 발의 감각이 극히 떨어져 외상 등에 대한 감각이 미약하여 발의 관절이 구부러지거나 부러져도 못 느껴서 결국 매우 이상한 발 모양이 되어버리는 상태]과 신경성 부종을 초래한다.

허혈성 발은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생기나 실제로는 신경병증이 어느 정도는 함께 있다. 따라서 허혈성 발은 엄밀한 의미에서 '신경성 허혈성 발'이라 칭하는 것이 타당하다.

혈류감소는 대개 중요 하지동맥의 죽상경화에 의해 일어나는데 더러 소동맥병변의 관련을 주장하는 보고들도 있으나 조직 괴사에 소동맥병변이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증거는 없다. 허혈성 발은 발이 차고, 맥박이 만져지지 않으며 안정시 통증, 국소 압박 괴사에 의한 궤양, 괴저 등이 나타난다.

이처럼 대강 둘로 구분되는 당뇨병 발을 각각 나누어 좀더 살펴본다.

신경성 당뇨병 발

1. 신경병성 궤양
신경병성 궤양은 특징적으로 기계적 압박을 많이 받는 발바닥 부위에 생긴다. 신경병증 초기에 약간의 감각 손실만 있어도 그 자체가 발의 자세를 비정상적으로 이끌어 어느 한 곳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게 된다. 또한 왜곡족지(歪曲足趾, claw toe), 추상족지( 狀足趾, hammer toe), 요족(凹足, pes cavus), 샤르코 관절이나 발가락 절단 수술 후 등에서도 신경병성 궤양은 잘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은 꼭 끼기만 하고 잘 맞지 않는 신을 때 더욱 악화된다.

궤양은 통상 포도상 구균, 연쇄상구균, 대장균, 혐기성균에 의해 감염된다. 연쇄상구균과 포도상구균은 함께 감염되어 연쇄상구균은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를 생산하여 포도상구균이 내는 조직괴사 독소가 잘 퍼지도록 한다. 심한 경우 혈전성 동맥폐쇄와 괴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발의 깊은 조직에서 호기성균 또는 혐기성균과 같이 침입하여 괴사성 감염을 일으켜 피하에 가스를 형성하기도 한다.

신경병성 궤양의 관리는 압박종을 제거하고 궤양의 기저부를 노출시켜 분비액을 유출시키는 것으로 시작된다. 항생제를 적절히 선택하여 궤양이 치유될 때까지 투여한다.

궤양이 표재성이라 봉와염이 없으면 통원 외래 치료가 가능하나 봉와염이 있으면 즉시 입원하여 패혈증에 대처하는 적극적 치료가 요구된다.

체중에 의한 하중효과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초기부터 실시되어야 한다. 패혈증이 있으면 침상안정을 하되 발뒤꿈치에 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거품쐐기(foam wedge)를 대주어야 한다. 짧은 기간 동안, 가벼운 전체접촉 깁스(total-contact plaster cast)를 궤양부위를 포함한 발 전체에 착용시켜 압력을 분산, 감소시킨다. 장기적으로는 당뇨병 구두, 특수 안창 등을 사용하여 발바닥 전체에 압력이 골고루 가해지도록 한다.

2. 신경병성(샤르코) 관절병증
신경병성 관절병증은 대수롭지 않은 작은 외상에 의해 생긴다. 예를 들면 넘어지고 나서 붓고 열감이 있고 아프더니 시간이 가면서 방사선 촬영상 골절, 골융해, 골분절화에 수반되는 골신생이 일어나고 결국에는 부전탈구(不全脫臼, subluxation), 관절해체가 오게 된다. 골스캔을 찍으면 보다 뚜렷한 병변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과는 대개 2∼3개월 내에 일어나고 족근중족관절(tarsometatarsal joint)에 가장 많이 발병한다. 샤르코 관절의 초기 진단은 필수적이며 다음의 3가지 소견이 있으면 적극 의심해야한다.

  • 외상(작은 외상이라도)

  • 편측성 온감(溫感) 또는 부종

  • 방사성 촬영 또는 골 스캔상 병변

신경병성 관절병증의 초기 관리는 운동제한에 의한 고정과 깁스나 목발을 처방하여 병변이 있는 발에 하중이 가지 않도록 한다. 이러한 조치는 부종과 온감이 소실될 때까지 시행하고 통증이 있을 때에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소염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3. 신경성 부종
신경병성 부종은 심한 말초신경병증과 관련이 있고, 심부전 또는 저알부민혈증과 같은 부종의 다른 원인이 없이 발과 다리에 부종이 생기는 매우 드문 병이다. 이는 자율신경 탈신경에 뒤따르는 혈관 운동기능의 이상에 의해 생긴다. 신경병성 부종의 개선을 위해 교감신경작용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허혈성(신경병성허혈성) 당뇨병 발

신경병성 허혈성 발에서는 안정 시에도 통증이 계속되고 밤에 특히 심해진다. 발은 저산소 상태에 대한 반응으로 모세혈관확장이 있어 대개 핑크색이지만 신경병성 발과는 달리 차다. 이때의 궤양과 괴저는 발의 측면에 지속적이고 과도한 압력이 주어져 생긴다. 발바닥에 궤양이 생기는 경우는 드문데 이는 발바닥이 다른 부위에 비해 압력이 간헐적으로 가해지기 때문이다.

궤양의 크기가 작고 깊이가 얕고 대개 1개월 이내에 발병한 것이거나 혈관 질환이 전신적으로 있어 혈관재건술이 곤란한 경우에는 내과적 치료를 한다. 우선 세균 감염을 항생제로 치료한다.

4주간 내과적 치료를 하여도 궤양이 좋아지지 않으면 혈관 조영술을 실시하여 혈관수술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확인한다. 혈관 성형술에 가장 적응이 되는 병변은 4cm 미만의 국한성 협착이며 10cm 미만의 길이가 폐쇄되어 있는 경우이다. 혈관성형술은 통상 회장동맥(iliac artery)이나 대퇴동맥(femoral artery)의 국소 협착에 적응된다.

당뇨병 발의 관리 및 예방

모든 당뇨인의 발은 수시로 세세하게 철저히 관찰되어야 한다. 아울러 신경학적 검사도 시행한다. 잘 보고 잘 만져보고 물어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당뇨병의 발관리 및 예방은 의사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해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핵심이 되는 주체는 역시 당뇨인 자신이다. 스스로 다음의 사항들을 늘 관찰하고 실시해간다면 그 자체가 곧 당뇨별 발의 예방이며 관리인 것이다.

  • 매일 주의 깊게 발을 관찰하여 상처나 무좀이 생기는지 살핀다.

  • 발은 너무 습하거나 너무 건조하게 하지 않는다. 매일 따뜻한 물에 발을 씻어서 항상 청결히 하고, 발을 씻은 후에는 마른 수건으로 발가락 사이를 잘 닦아서 건조시킨다. 발이 너무 건조할 때에는 습성 크림으로 발을 마사지하여 갈라지거나 다치지 않도록 한다.

  • 어떤 종류의 열도 가해서는 안 된다. 당뇨인의 발은 열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 화상이나 동상을 입기 쉽다.

  • 발톱은 목욕 후 발이 깨끗하고 발톱이 부드러울 때 깎는 것이 좋다. 밝은 곳에서 깎되 무서리를 둥글게 깎다가 발가락에 상처를 낼 수 있으므로 일직선으로 깎고 너무 바짝 깍지 않도록 한다. 만약 발톱이 살 속으로 파고들면 병원을 방문하도록 한다.

  • 작은 신발이나 구두는 피한다. 앞이 좁은 구두나 뒷굽이 높은 것은 티눈이나 굳은살이 잘 생긴다. 굳은살이나 티눈이 생긴 경우 환자 자신이 발에다 칼을 대어 잘라내려 하거나 티눈 빼는 약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 발 감각이 둔해져 상처를 받기 쉬우므로 절대로 맨발로 다니지 말고 슬리퍼도 안정성이 없으므로 사용하지 않는다.

  • 혈액 순환을 좋게 하기 위해 거들, 코르셋, 벨트 등의 사용과 너무 꼭 조이는 양말, 버선의 착용은 피한다. 양말도 합성수지보다 땀 흡수가 잘 되는 면이나 모로 만든 양말을 신는 게 좋다. 책상다리나 다리를 꼬는 자세는 피한다.

  • 담배는 혈액 순환에 장애를 주므로 금한다.

이상으로 당뇨병 발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았다. 특히 노인은 혈관의 노화 등으로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더구나 외부 기온의 하강으로 인해 외부에 노출되는 발로 가는 혈액량이 감소되기 쉬운 겨울철에 들어서면서 당뇨인들의 발관리는 보다 주의를 요한다. 어느 때보다 발의 보온에 관심을 쏟고 어느 때보다 발의 상태를 주의 깊게 눈 여겨 보아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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