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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써 달라"했다고 인도男, 女직장동료 무차별 폭행 ... '마스크 난동'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인도에선 한 남성이 계약직 여직원인 직장 동료를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이 남성에게 "마스크를 써 달라"고 권유한 게 폭행의 이유였다.

"내재된 피로와 분노, 약자에 분풀이" #'마스크 착용' 요구에 폭행사건 잇따라 #韓, 미착용 승객이 버스기사 목 물어뜯고 #美, 마스크 거부자 총격에 경비원 사망

인도의 한 남성이 지난달 27일 직장 사무실에서 여성 동료를 폭행하고 있다. 여성 동료가 남성에게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청한 게 폭행의 이유였다. [유튜브 캡처]

인도의 한 남성이 지난달 27일 직장 사무실에서 여성 동료를 폭행하고 있다. 여성 동료가 남성에게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청한 게 폭행의 이유였다. [유튜브 캡처]

앞서 한국에선 마스크를 안 쓴 버스 승객이 이를 지적하는 시민을 때린 데 이어 버스 기사의 목을 물어뜯어 중상을 입혔다. 미국의 한 매장에선 마스크 착용을 요청한 경비원이 이를 거부한 일행에게 총격을 당해 사망하기도 했다.

코로나 시대, 전 세계적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이 된 마스크를 두고 새로운 사회 문제가 생겨났다. “마스크를 써 달라”는 요구에 폭행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인도의 한 남성이 마스크 착용을 권했다는 이유로 여성 동료를 폭행하고 있다. 주먹질을 하던 그는 나무 의자에서 떨어져 나온 막대기로 여성의 머리를 가격했다. [유튜브 캡처]

인도의 한 남성이 마스크 착용을 권했다는 이유로 여성 동료를 폭행하고 있다. 주먹질을 하던 그는 나무 의자에서 떨어져 나온 막대기로 여성의 머리를 가격했다. [유튜브 캡처]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완전히 바꿔놓은 일상이 장기화되면서 쌓인 극심한 피로감과 내재된 분노를 자신보다 약자라고 생각하는 대상에 분출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국내외에서 벌어진 ‘마스크 난동 사건’의 피해자들은 주로 점원, 버스 기사, 경비원, 계약직 여직원 등이었다. 또 ‘마스크 착용자’와 ‘마스크 미착용자’로 갈라져 서로를 혐오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갈등이 폭발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인도의 한 남성이 지난달 27일 직장 사무실에서 여성 동료를 폭행하고 있다. 이 여성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청하자 격분한 남성은 주먹을 휘둘렀다. [유튜브 캡처]

인도의 한 남성이 지난달 27일 직장 사무실에서 여성 동료를 폭행하고 있다. 이 여성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청하자 격분한 남성은 주먹을 휘둘렀다. [유튜브 캡처]

30일 인도 매체 NDTV, 미국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에선 한 남성이 “마스크를 써 달라”고 말한 여성 동료를 무자비하게 폭행해 공분을 사고 있다.

사건은 지난달 27일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넬로르에 있는 정부 산하의 한 호텔 사무실에서 벌어졌다. 이 호텔의 계약직 직원인 한 여성은 마스크를 안 쓴 남성 동료에게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자는 취지로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청했다. 이 말에 격분한 남성은 사무실에서 다른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성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폭행 모습은 사무실에 설치된 폐쇄회로 TV(CCTV)에 담겼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 남성은 의자에 앉아 있는 여성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쓰러트렸다. 그 후 주먹으로 여성을 가격했고, 이를 말리는 다른 동료는 밀쳐냈다. 급기야 그는 나무 의자에서 떨어져 나온 막대기로 여성의 머리를 내려치기까지 했다. 이 폭행으로 중상을 입은 피해 여성의 신고로 남성은 경찰에 입건됐다.

인도 경찰은 가해 남성이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여성의 요구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 남성은 요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이를 지적받자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국에선 지난 5월 26일부터 전국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된 이후 폭행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부산의 한 60대 남성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라고 권하는 지하철 보안관에게 주먹을 휘둘러 경찰에 입건됐다. 앞서 지난달 18일 서울에선 마스크를 안 쓴 한 50대 남성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시민을 폭행하고 버스 기사의 목을 물어뜯기까지 했다.

지난 5월 26일부터 전국 대중교통에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마스크 미착용 승객은 버스 기사가 승차 거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개도와 제지 모두 기사에게만 책임이 주어지면서 탑승 제지를 당한 승객이 기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26일부터 전국 대중교통에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마스크 미착용 승객은 버스 기사가 승차 거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개도와 제지 모두 기사에게만 책임이 주어지면서 탑승 제지를 당한 승객이 기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에 따르면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이후 미착용 등 관련 신고 건수는 1184건에 달한다. 서울에서만 241건의 신고가 들어왔고, 이중 버스‧택시 기사 폭행 등 범죄도 17건에 달한다.

미국에선 총격 사망 사건까지 일어났다. 지난 5월 1일 미국 미시간주의 한 매장 경비원은 주 당국의 행정 명령에 근거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한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했다. 하지만 이에 화가 난 손님 일행이 가한 총격에 경비원은 숨졌다.

이후에도 미국에선 한 중년 여성이 마스크 착용을 부탁하는 편의점 직원에게 침을 뱉는가 하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 20대 한국인 직원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의 한 여성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점원을 향해 침을 뱉고 있다. [트위터 캡처]

미국의 한 여성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점원을 향해 침을 뱉고 있다. [트위터 캡처]

전문가들은 마스크 의무화 정책을 만들어 놓고, 이를 개도할 책임을 버스 기사나 점원 등에만 지우는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곽금주 교수는 “‘마스크 쓰세요’란 말을 사람이 대면하고 하지 않도록 해 마찰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테면 버스 내에 음성 시스템을 구축해 마스크 미착용자가 탑승할 경우 기사가 버튼을 누르면 마스크 착용을 안내할 수 있다. 버스 정류장에 있는 버스도착 안내 단말기에 ‘탑승 전 마스크를 준비하세요’와 같은 음성 안내를 넣을 수도 있다.

곽 교수는 “마스크 미착용으로 3회 이상 신고받은 사람은 벌금을 부과하는 일종의 ‘마스크 권장법’을 만들어 경각심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법을 지키려면 ‘왜 지켜야 하는지’하는 인식의 정립이 중요한 만큼 데이터에 근거한 마스크의 코로나 예방 효과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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