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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 고민 깊을 것” 이재용 심의위 결론 나오자 신중 모드

중앙일보

입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가 1년 8개월을 이어온 삼성 합병·승계 의혹 수사 중단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검찰이 고민에 빠졌다. 통상 심의위 권고 이후 일주일 내에 수사팀이 기소‧불기소 여부를 결정했지만, 이번 사건은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그룹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지난 26일 오후 심의위의 권고 사항을 통보받은 직후부터 사건을 어떻게 처분할지 검토에 들어갔다. 수사팀은 27일도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지난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법원의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며 입장을 내고, 법원이 낸 기각 사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모습과는 달리 ‘신중 모드’로 전환한 분위기다.

수사팀, 이재용 영장 기각 때와 달리 신중 모드 

과거 심의위 결정 이후 수사팀이 이를 수용할지 판단하는 데 대략 일주일 정도가 걸렸다.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서지현 검사에 대한 인사보복 사건은 심의위에서 구속기소 의견을 내자 수사팀은 3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아사히글라스의 파견 노동자가 노조 결성 문제로 회사를 고소한 사건은 심의위가 기소 의견을 낸 지 7일 만에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내에선 “이제 수사팀 결정만 남았다. 고민이 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수사팀이 심의위 권고를 따르면 무리한 수사를 이어왔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될 수 있고, 따르지 않으면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심의위라는 제도를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재진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를 마친 위원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재진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를 마친 위원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건에서 심의위 위원 13명 가운데 10명이 수사 중단·불기소 의견을 냈다. 수사팀 기대와는 달리 반대 의견을 낸 위원이 4분의 3을 넘었다.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인 2018년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2년여 동안 총 8차례 심의위가 열렸는데 검찰은 모든 권고를 존중했다. 이번에 검찰이 기소를 결정하면 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는 첫 사례로 남게 된다는 점도 수사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검찰 출신의 다른 변호사는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심의위에서도 불기소 의견이 다수였다. 심의위를 거친 상황에서 수사팀이 권고를 따르지 않는 것도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검찰이 이 부회장을 불기소하고 사건을 마무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고발을 접수하고 1년 8개월에 걸친 기간 동안 무리한 수사를 해왔다는 지적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검사장을 지낸 변호사는 “수사팀이 이번에 불기소 결정으로 한발 물러서면 앞으로는 수사 과정에서 조금만 불리한 결정이 나와도 심의위 검토를 받으려 할 것”며 “심의위를 국민참여재판처럼 예산이 투입되는 정식 제도로 바꿔야 할 분위기라 지도부도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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