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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대학축제 누비는 전문MC 김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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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즈음 대학가는 축제 시즌이다. 축제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페스티벌. 사회자가 없을 수 없다. 그래서 김제동(29)은 요즘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김제동은 '언어의 마술피리'라고 불린다.

그가 방송 중에 한 말들이 '제동어록'으로 인터넷에 떠다닌다. 방송 출연만으로도 바쁘지만 그는 틈틈이 대학축제 사회를 맡는다. "대학생들과 호흡하는 것이 너무 좋기 때문"이란다.

#입심의 비결-신문 스크랩과 독서

김제동은 "신문에서 배운다"고 했다. 그는 일간지 4개를 구독한다. 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인 삼성 이승엽 선수의 기사를 보기 위해 스포츠지도 본다. 그런데 신문을 그냥 보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다.

"집에 가면 기사를 오려 정리한 스크랩북이 쌓여 있습니다. 이슈에 대한 해설이나 사설, 좋은 격언이나 명언을 주로 스크랩합니다. 기사에다 밑줄도 긋고, 아래에다 저의 생각도 적어놓습니다. 스크랩을 통해 여러 생각들을 소화한 뒤 '나를 위한 신문'을 만들죠. 그러면 사회를 볼 때 도움이 많이 됩니다." 책도 많이 읽는 편이라고 했다. 한번 책을 잡으면 빨리 다 읽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란다.

#입담의 지론-철저한 준비

"항상 주최 측이 오라는 시간보다 1~2시간 먼저 도착합니다. 그래서 분위기를 보죠. 오프닝 멘트를 생각하는 겁니다. 시작을 잘 하면 절반은 끝난 거죠."

군인 위문공연을 갔을 때는 포상으로 줄 휴가증만 있으면 된단다. 대학축제 때는 일찍 도착해 캠퍼스를 둘러본다. 학교마다 독특한 느낌을 얻기 위해서다.

"학교로 올라오는데 말이죠. 어찌나 길이 가파른지. 총장님, 여기 여대생들 곧 시집갈 사람들입니다. 어쩌실 겁니까. 장딴지 책임지십시오. 그러면 총장님은 '곧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합니다. 학생들이 길 넓혀달라고 1백번 시위하는 것보다 효과적이죠."

#방송 줄이고 현장으로

"방송을 그만두고 쉰다는 소문도 있습니다만 절대 아닙니다. 저는 '윤도현의 러브레터'라는 프로그램의 '바람잡이'로 방송에 등장한 지 1년밖에 안 됐습니다. 수십년 동안 방송하신 선배들도 계신데, 이제 '햇병아리'인 제가 재충전이라뇨. 가당치도 않죠." 그는 "관객을 직접 만나는 현장에 더 있고 싶다는 말이 와전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현재 지상파 방송 네개와 라디오 두개 프로에 출연하고 있다. "현재 하고 있는 프로가 끝나면 두개 정도만 할 생각입니다. 축제에도 많이 나가고 저를 좋아하는 불우청소년에게 힘을 주는 일도 하고 싶고요. "

#누나.어머니…결혼

김제동은 누나가 다섯명이다. 대부분 어머니(70)가 사시는 대구 근처에 산다. "누님들의 말솜씨가 장난이 아닙니다. 명절 때 만나면 저는 웃길 틈이 없어요."

그의 어머니는 마흔살에 김제동을 낳았다. 그리고 김제동의 백일 잔치도 하기 전에 남편을 여의었다. "저희 6남매를 키우시느라 모진 고생을 하셨습니다. 화장품 방문판매와 식당 일도 마다하지 않으셨죠." 김제동은 1년 전 어머니를 위해 매입했던 대구의 32평짜리 아파트 융자금을 최근 다 갚았다. 자신은 서울 마포의 20평짜리 아파트에 월세 40만원을 주고 산다.

"제 아들보다는 어머니의 손자가 급하죠.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이것저것 안 따지고 결혼할 겁니다."

꿈은 영어로 전 세계 사람들을 웃기는 것. 그래서 영어공부에도 열심이다.

글=김동섭,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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