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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우리 체제 강요 안해, 통일 이전에 사이좋은 이웃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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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끊임없이 평화를 통해 남북 상생의 길을 찾아낼 것이다.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국가보훈처 주최로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 격납고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서 “남북 간 체제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도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 6·25 70주년 기념사 #“전쟁으로 특수 누린 나라들도 있다” #트럼프 등 참전국 정상 영상 메시지 #일몰 후 행사는 처음 “고령층 고려” #‘미디어 파사드’는 탁현민 복귀작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북한에 다시 한번 화해·협력의 메시지를 냈다. 문 대통령은 “전쟁을 겪은 부모 세대와 새로운 70년을 열어갈 후세들 모두에게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는 반드시 이뤄야 할 책무이자 8000만 겨레 모두의 숙원”이라며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 우리는 6·25전쟁을 진정으로 기념할 수 없다”며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의 위협은 계속되고, 우리는 눈에 보이는 위협뿐 아니라 우리 내부의 보이지 않는 반목과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전쟁이 끝난 후에도 남과 북은 긴 세월 냉전의 최전방에서 맞서며 국력을 소모해야만 했다”며 “우리 민족이 전쟁의 아픔을 겪는 동안, 오히려 전쟁특수를 누린 나라들도 있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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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국민이 지켜낸 대한민국은 국민을 지켜낼 만큼 강해졌다”며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그러나 누구라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한다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국방력에 자부심을 나타냈다.

‘영웅에게(Salute to the Heroes)’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미국의 전쟁포로 및 유해발굴 감시국(DPAA)에서 확인된 147구의 국군 참전용사 유해가 봉환됐다. 문 대통령은 신원이 확인된 유해 7구에 참전기장을 수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유엔 참전국 22개국 정상들은 영상 메시지로 6·25전쟁 70주년과 참전용사를 기렸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를 찾아 이수혁 주미대사와 함께 처음으로 헌화하기도 했다. 이날 6·25 기념행사가 최초로 일몰 후에 진행된 것과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고령층 참석자의 안전을 고려하고 6·25 참전 유공자회 등의 의견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미디어 파사드’ 등 행사의 극적 효과와 방송시간을 고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행사는 최근 복귀한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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