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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 AIDS 투병 선수 빙판 '투혼'

중앙일보

입력

"얼음 위에서 불꽃 연기를 펼치면 내가 죽어간다는 사실도 잊을 수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을 앓고 있는 '게이 스케이터' 루디 갈린도(31) 의 투혼에 미국이 감동하고 있다.

갈린도는 1996년 미국 프로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를 여성적 감성으로 소화하며 남자 싱글 부문에서 우승, 일약 스타가 됐다.

미국 프로선수들 중 유일하게 동성연애자임을 고백한 갈린도는 97년 자서전 '아이스브레이커(icebreaker:쇄빙선 혹은 분위기를 바꾸는 사람) ' 를 발간했다.

이 책에는 멕시코계 게이 선수로서 얼음처럼 차가운 주위의 시선을 뚫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역경 극복 과정이 녹아 있다.

호사다마라던가. 지난 4월 갈린도는 가벼운 감기인 줄 알고 찾아갔던 병원에서 HIV 바이러스 양성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발병 초기에 재빨리 대응해 일단 위기를 넘겼지만 그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셈이다.

하지만 그는 "7개월된 조카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다" 며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선수생활을 포기하지 않았다.

갈린도는 올해 미국의 주요 도시를 돌아다니며 열리는 존 행콕 챔피언 투어에도 참가했다.

그는 약물치료 로 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의 고난도 3단점프는 아직도 '챔피언의 예술' 로 박수를 받고 있다.

갈린도는 "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에이즈 환자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며 에이즈 환자 돕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동성연애자임을 고백한 후 수천통의 연애편지를 남자에게서 받았다고 한다.

갈린도는 "이제 진지한 연애를 해보고 싶다" 며 새로운 인생을 찾아 나섰다.

갈린도는 오는 8일(한국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홀마크 세계 프로 피겨스케이팅 선수권에 출전한다.

그는 "성적에 관계 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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