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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車로 친 친구 엄마…경주 스쿨존 운전자 구속영장 기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5일 경북 경주시 동천동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이 탄 자전거를 승용차가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주경찰서는 해당 사고의 고의성 논란에 교통범죄수사팀과 형사팀으로 합동수사팀을 구성했다. 사진은 사고 당시 폐쇄회로TV(CCTV) 화면.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경북 경주시 동천동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이 탄 자전거를 승용차가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주경찰서는 해당 사고의 고의성 논란에 교통범죄수사팀과 형사팀으로 합동수사팀을 구성했다. 사진은 사고 당시 폐쇄회로TV(CCTV) 화면. 연합뉴스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 운전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없다 판단” #경찰, 불구속 상태로 검찰 송치 방침

 24일 경주경찰서에 따르면 대구지검 경주지청은 23일 오후 특수상해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A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심사한 검찰시민위원회는 A씨가 세 자녀 어머니로 주거지가 일정하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차 블랙박스 등 증거를 확보했고 경찰에 세 차례 출석한 점고 고려했다.

 경찰은 A씨의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는 대신 A씨를 불구속 상태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앞서 경주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두 번의 현장검증을 한 결과 ‘추돌 사고 때 운전자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난 19일 구속영장 신청했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1시 38분쯤 경북 경주시 동천동 한 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던 9세 남자 초등생을 들이받았다. 사고가 난 곳은 초등학교에서 180m가량 떨어진 스쿨존이었다.

 차에서 내린 가해 차량 운전자는 곧바로 119 등에 신고하지 않고 피해 아동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A씨가 사고 현장을 떠나자 목격자가 신고했고, 피해 아동은 병원으로 후송됐다. 피해 초등생은 다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피해 초등생의 가족은 사고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고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올리고 가해자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해당 영상을 보면 골목길에서 우회전해 들어오는 자전거를 A씨의 차가 따라오다 자전거에 탄 아동을 들이받는 모습이 보인다.

 피해 아동의 가족은 “코너 구간에서는 길고양이나 유기견·노인·어린이 등 불특정 다수가 지나다닐 수 있기 때문에 서행을 하는 구간이고 혹시 무언가 부딪혔다는 느낌이 들면 급브레이크를 밟게 된다”며 “하지만 운전자는 가속 페달을 밟는다”고 지적했다. A씨가 자신의 딸을 괴롭힌 아이에게 화가 나 일부러 사고를 냈다는 주장이다. 실제 피해 아동은 사고 전 놀이터에서 A씨의 딸을 괴롭히는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경찰서는 교통범죄수사팀과 형사팀으로 합동수사팀을 꾸려 사건 수사에 들어갔다. 목격자인 신고자와 놀이터에 함께 있었던 남자아이의 동네 형도 잇따라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고의로 아동을 친 건 아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두 차례 현장 검증과 사고 당시 상황을 분석한 끝에 고의 사고 가능성이 있다고 감정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북 경주경찰서 관계자들이 2일 오후 경주시 동천동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자전거 추돌 사고와 관련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사고는 A군(9)이 타고 가던 자전거를 40대 여성 운전자가 몰던 SUV차량이 자전거를 뒤를 들이받아 A군이 오른쪽 다리를 다쳤다. 뉴스1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북 경주경찰서 관계자들이 2일 오후 경주시 동천동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자전거 추돌 사고와 관련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사고는 A군(9)이 타고 가던 자전거를 40대 여성 운전자가 몰던 SUV차량이 자전거를 뒤를 들이받아 A군이 오른쪽 다리를 다쳤다. 뉴스1

 이 결과를 바탕으로 경찰은 위험한 물건인 차로 상해를 입혔기 때문에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신청했다. 고의성이 없으면 이른바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을 적용할 방침이었지만 이보다 더 무거운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민식이법에서는 어린이를 사망케 하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 상해를 입혔다면 500만∼3000만원의 벌금이나 1∼15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특수상해는 벌금형 없이 1~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경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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