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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2채, 내년엔 1억…법인 아파트 쇼핑에 날아온 '세금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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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이슈가 있는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선수 숙소로 사용된 뒤 일반인에게 분양됐다. 법인 명의로 이 단지를 구입한 경우 내년 6월부터 보유세 부담이 50%이상 증가한다. 중앙포토

재건축 이슈가 있는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선수 숙소로 사용된 뒤 일반인에게 분양됐다. 법인 명의로 이 단지를 구입한 경우 내년 6월부터 보유세 부담이 50%이상 증가한다. 중앙포토

규제 틈새를 파고든 법인의 아파트 쇼핑이 된서리를 맞는다. 법인을 통한 ‘우회 매수’가 크게 늘자 정부가 법인의 세 부담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사들인 부동산 법인들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게 됐다.

[법인 보유세 시뮬레이션 해보니] #강남권 두 채, 내년 1억원 넘어서 #법인은 재건축 분양자격 박탈위기 #수도권 아파트 보유세 부담도 커져 #세부담에, 연말 법인 매물 나올수도 #

6ㆍ17대책으로 내년부터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3~4%)이 적용된다. 6억원 공제도 폐지된다. 양창우 우리은행 세무사는 “아파트를 보유한 법인은 세금을 많이 내든지, 아니면 팔라는 게 정부의 신호로 해석된다”고 했다.

법인의 수도권 아파트 매입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법인의 수도권 아파트 매입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올들어 법인의 아파트 구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법인은 지난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아파트 1824가구를 사들였다. 지난해 12ㆍ16대책이 나오기 전(11월 기준 929가구)보다 2배로 늘었다.

사업가 이모(69)씨는 지난해 임대업 법인을 설립한 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전용면적 99㎡)을 샀다. 이씨의 법인은 내년에 보유세로 2386만원을 내야 한다. 올해(1560만원)보다 53% 오른다. 양경섭 온세그룹 세무사가 공시가격과 종부세 세율 변동을 고려한 시뮬레이션(모의계산) 결과다.

이뿐이 아니다. 법인 명의로 재건축을 구입한 이씨는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기회도 사라질 위기다. 6ㆍ17대책으로 2년 이상 거주한 조합원에게만 분양자격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을 거주할 사람이 아닌 투자를 위해 (법인이) 구매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게 이번 정책의 방향”이라며 “이를 위해 조합원의 실거주요건을 강화한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인의 아파트 보유세 시뮬레이션 해보니.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법인의 아파트 보유세 시뮬레이션 해보니.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법인이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두 채 이상 매입했다면 내년에 내야 하는 보유세는 올해보다 200%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예컨대 A씨가 법인 소유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84㎡)와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전용 84㎡) 2채(총 공시가격 34억34000만원)가 있다고 하자. A씨가 내년에 납부해야 보유세는 1억원을 넘어선다. 올해(3445만원)보다 208% 증가한다. 조정대상지역 내 두 채로 종부세 최고세율 4%와 세 부담 상한선도 200%에서 300%로 높아지는 점을 가정한 결과다.

법인의 보유세 폭탄은 서울만의 얘기가 아니다. 올해 들어 법인의 아파트 쇼핑은 대출 규제가 덜한 경기도 안산ㆍ평택 등지와 인천에서도 활발했다. 이들 법인도 두 채 이상 구매한 경우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B씨가 법인을 설립한 뒤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롯데캐슬골드(83㎡)와 중구 중산동 영종힐스테이트(83㎡)를구입했다면 보유세는 올해 34만원에서 내년 117만원으로 3배 이상 뛴다

올해 연말 법인 매물 쏟아지나 

6.17대책이 나온 이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이 붙어있다. 뉴스1

6.17대책이 나온 이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이 붙어있다. 뉴스1

세무사들은 보유세 부담이 커져 상당수 법인 소유의 아파트 매물이 연말 안에 나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종필 세무사는 “상담을 해보면 법인 소유로 아파트를 구매한 경우 확 늘어난 세 부담에 처분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들은 양도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올해 안에 매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법인이 아파트를 처분할 때 법인세(10~25%)에 추가세율이 기존 10%에서 20%로 인상되기 때문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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