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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문 대통령 '일본군 한국 땅 밟지 않는다면 대북 공조 가능'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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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턴 회고록 표지. [아마존 캡처]

볼턴 회고록 표지. [아마존 캡처]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 출간할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일본 병력이 한국 땅에 발을 들이지 않는 한" 대북 군사 공조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인 4월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업무 오찬을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동맹으로서 일본과 함께 싸울 수 있는지'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고 말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도쿄와 서울은 합동 군사훈련을 할 수 있지만, 일본 병력(자위대)을 한국에 들이는 것은 국민에게 (식민지) 역사를 환기할 것”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고 했다. 당시 한일관계는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과 그해 12월 한국 해군의 일본 자위대 초계기에 대한 레이더 조사 논란 등으로 악재가 이어지던 시기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북한과 싸워야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한국은 일본의 참여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재차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병력이 한국 땅에 발을 들이지 않는 한 한국과 일본은 하나가 돼 싸울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볼턴은 당시 문 대통령이 답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4월 1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4월 1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일본과의 관계가 어떤지도 물었다. 문 대통령은 “역사가 양국관계의 미래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이따금 일본이 역사를 쟁점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국에 돌아간 뒤 6월 12일∼6월 27일 사이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오찬의 대화를 끝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짜가 괜찮지만, 그 이전에 북한과 합의가 이뤄져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핵 문제와 관련, 북한의 실무급 레벨 외교관들이 재량권을 갖지 못한 만큼 고위급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전한 것으로 회고록에 돼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전 보좌관이 이와 관련해 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4월 26일 워싱턴DC 방문 당시 문 대통령과는 거의 정반대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하노이 노딜'과 관련, 그 결과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동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장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아베 총리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말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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