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위기를 기회로”…K방역 이끄는 의류제조 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한국의 방역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전 세계에 소비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사람들의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극심하게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의류 제조기업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할 마스크와 방호복으로 궤적을 옮기면서 K-방역이 주목받고 있다.

자체 개발 ‘항균’ 원단 활용한 한세실업, 마스크·방호복 수출로 K방역 이끈다

위기를 예측하고 준비에 만전을 기했던 한세실업의 기술력이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한세실업은 방호복과 마스크 생산에 눈코뜰 새가 없다. 코로나 19 사태로 줄어든 의류 주문을 마스크와 방호복 등 PPE(Personal Protective Equipment·개인보호장비) 생산으로 빠르게 전환해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2년 전 원단 생산 법인인 자회사 칼라앤터치(C&T)를 통해 ‘항균’ 원단을 개발한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현재 C&T의 항균 원단으로 마스크와 방호복을 제작해 미국에 전량 수출하고 있다.

항균 원단 개발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 미국으로부터 방호복·마스크 주문이 빗발치자 발주가 줄어든 의류 생산라인을 전환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생산라인은 100%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대형할인점 ‘월마트(Walmart)’의 더그맥밀론(Doug Mcmillon) CEO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 빠르게 방호복과 마스크를 공급해 준 업체들에 고마움을 표한다”며 한세실업을 함께 언급한 바 있다.

한세실업은 과거에도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경제 위기로 환율이 상승했을 때는 오히려 ‘환차익’이 발생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물품대금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해결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출 사업에서 타격이 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세실업은ODM(제조자 개발·생산 방식) 본업에서 나름 ‘선방’했다고 평가받는다. ODM 부문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4%, 7.3%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출 사업부를 축소하거나 인력 감축을 택한 경쟁사들과 달리 안정적인 성장을 이룬 셈이다. 그 결과 38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비교적 안정 추세에 접어들면 한세실업의 상황은 더욱 호전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미국 경제가 다시 활발해지면 신학기인 일명 ‘백 투 스쿨(Back to school)’ 시즌에 맞춰 의류 산업이 활황을 누릴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한세실업도 이 시기가 곧 올 것으로 보고 의류 생산 라인을 가동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한세실업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도 대비하고 있다. 전염병 확산에 대한 두려움으로 PPE에 대한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세실업은 PPE 생산의 양적·질적 향상을 꾀하기 위해 해외지사, 외부 협력 업체 등과 폭 넓게 교류하며 역량을 모으고 있다.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한세실업이 갖고 있던 ‘항균’ 원단에 대한 경험이 마스크·방호복 납품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며 “전 세계인이 입는 옷을 만드는 한세실업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사람을 위한 K-방역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아마존·미국정부’ 등과 손잡고 방호복·마스크 제작으로 위기 탈출 박차

백화점 고가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패션회사 LF는 최근 여성복 브랜드인 닥스레이디, 아떼 바네사브루노, 지컷 등의 옷을 제작했던 업체들이 일감이 줄어 들자 마스크와 방호복 제작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생존을 위한 새로운 캐시카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빠르게 코로나19용 의료 방호복 제작에 나선 의류 제조기업 국동은 지난달 총 697억원 규모의 방호복 수출 계약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1일에는 미국 정부에 납품하는 의료 방호복 210만장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코로나19용 의료 방호복 수출이 호응을 얻으면서 국동은 미국 정부뿐 아니라 각 주 정부와 캐나다 등으로 의료 방호복 수출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또다른 의류 제조기업 태평양물산 역시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에 대비할 ‘의료용 방호복’을 생산하고 글로벌 온라인 유통기업 아마존과 최종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첫 수주 물량은 방호복 20만장으로, 이달 내 100만장의 추가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물산은 방호복의 신속한 투입을 위해 생산 및 납기 일정을 당기고, 베트남에 있는 생산법인을 통해 방호복 생산에 돌입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