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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억 남북연락사무소 손해배상 가능할까…국군포로도 유사 소송 중

중앙일보

입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2면에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진을 게재했다. 신문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6월 16일 14시50분에 요란한 폭음 속에 참혹하게 완전 파괴되었다"라며 "반성의 기미도 없는 자들로부터 반드시 죄값을 받아내기 위한 우리의 1차적인 첫 단계의 행동이다"라고 전했다.[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2면에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진을 게재했다. 신문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6월 16일 14시50분에 요란한 폭음 속에 참혹하게 완전 파괴되었다"라며 "반성의 기미도 없는 자들로부터 반드시 죄값을 받아내기 위한 우리의 1차적인 첫 단계의 행동이다"라고 전했다.[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6일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그해 9월 문을 열었다. 당시 통일부는 초기 비용(8600만원) 일부만 승인받은 뒤 100배가 넘는 97억여원을 개·보수에 사용해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이 일었다.

이듬해인 2019년 54억3800만원, 올해는 5월까지 11억4500만원이 들었다. 3년간 건설 및 운영비용 등으로 총 168억8300만원이 소요됐다. 연락사무소를 세우기로 할 때 건설비는 남측이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가 낸 자금으로 세워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까. 법조계에서는 손해가 발생한 한국 정부가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절차가 진행될 수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직접 소송에 나설 일도 없고, 소를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한국 법원에 출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법원이 국군 포로가 북한 정권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공시송달 절차를 밟는 방식으로 지난 1월 첫 변론기일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2016년 2월 개성공단의 생산물품을 실은 차량이 남북출입국 검문소를 통과하자 세관직원들이 물품검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2월 개성공단의 생산물품을 실은 차량이 남북출입국 검문소를 통과하자 세관직원들이 물품검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당시 재판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채무 상속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와 국방부에서 지급받은 급여와 손해배상 청구 범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정리해달라고 원고 측에 요청했다. 국군포로들은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북한군의 포로가 돼 정전 후에도 송환되지 못한 채 내무성 건설대에 배속돼 노동력 착취를 당했다며 2016년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국군 포로를 대리한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법원에서 공시송달을 통해 재판을 일부라도 열고, 이런 기록을 계속 축적해 놔야 나중에라도 북한 지도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고 측은 이번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조선중앙티비의 저작권료 등 국내에 있는 북한 자산에 대해 강제 집행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20여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도 2016년 2월 개성에 남겨두고 온 9000억원 규모 자산을 보전받기 위해 헌법소원과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9000억원은 기계 설비를 비롯한 고정자산과 완제품 등 유동자산만 고려한 금액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투자 손실까지 합하면 손실 규모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본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2016년 5월 기업들을 대신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가 위헌이라며 5월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4년이 넘도록 공개 변론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일부 기업들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 손실 보전을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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