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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만에 코로나 환자 100명···‘북로남불’ 비아냥 듣는 베이징

중앙일보

입력

"베이징을 오간 사람, 격리해야 할까?"

14일 중국 베이징 펑타이의 신파디 시장 앞을 중국 공안이 막고 서 있다.[EPA=연합뉴스]

14일 중국 베이징 펑타이의 신파디 시장 앞을 중국 공안이 막고 서 있다.[EPA=연합뉴스]

지난 14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편집장 후시진이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한 말이다. 11일부터 시작된 베이징의 코로나19 재유행 조짐 관련 글이다. 그는 웨이보에서 “일부 지방이 베이징에서 온 사람의 진입을 막는 조치를 취한다고 들었다”며 “감염 걱정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옳지 않다”고 말했다.

14일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은 웨이보를 통해 베이징 다녀간 사람을 격리조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웨이보 캡처]

14일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은 웨이보를 통해 베이징 다녀간 사람을 격리조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웨이보 캡처]

베이징은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해 통제와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대유행으로 번지지 않을 것이다. 중앙정부 지시 전까지 과도한 통제 조치는 안 된다. 이게 후 편집장 주장이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 온라인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베이징 시내의 상점을 드나드는 주민에 대한 체온 측정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 베이징은 지난 6일 코로나 대응 단계를 2급에서 3급으로 낮췄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대응 태세를 올리고 있다. [환구망 캡처]

베이징 시내의 상점을 드나드는 주민에 대한 체온 측정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 베이징은 지난 6일 코로나 대응 단계를 2급에서 3급으로 낮췄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대응 태세를 올리고 있다. [환구망 캡처]

지난 1~2월 1차 코로나 유행 당시 베이징은 외부인 유입을 가장 먼저 차단했다. 지금도 베이징으로 오는 국제항공노선은 끊겨 있다. 그런데 정작 베이징에 문제가 생기자 지방정부의 차단 행동이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북로남불(북경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 아니냐. 중국 네티즌 생각이다.

대유행이 되지 않을 거란 후 편집장의 호언장담도 현재로썬 맞을지 의문이다. 베이징에선 코로나19 환자가 사라진 지 56일 만인 지난 11일 첫 확진자가 등장했다. 베이징 펑타이(豊台)구 내 신파디(新發地) 시장을 중심으로다. 현재 베이징은 감염 우려 때문에 체육시설이나 영화관도 개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방역 조치를 비웃듯 환자가 다시 발생했다.

15일 중국 허베이성 스좌장시의 한 초등학교 앞의 모습. 허베이 지역의 1~3 학년 초등학생은 당초 이날부터 수업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베이징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시 중단됐다. [중신망 캡처]

15일 중국 허베이성 스좌장시의 한 초등학교 앞의 모습. 허베이 지역의 1~3 학년 초등학생은 당초 이날부터 수업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베이징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시 중단됐다. [중신망 캡처]

이후 12일 6명, 13일 36명, 14일 36명, 15일 27명으로 불과 닷새 만에 신규 확진자가 106명을 기록했다. 베이징이 속해 있는 허베이(河北)성을 비롯해 남서부 쓰촨(四川)성, 북동부 랴오닝(遼寧)성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타지역 감염자 중에는 신파디 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된 경우가 많아 중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1차 유행 때 차단하곤 다른 지역은 하지 마라?…북로남불

15일 중국 네이멍구 우란차터 대극장에서 방역직원들이 코로나19 관련 방역을 하고 있다.[중신망 캡처]

15일 중국 네이멍구 우란차터 대극장에서 방역직원들이 코로나19 관련 방역을 하고 있다.[중신망 캡처]

이러니 후 편집장이 뭐라고 하든, 중국 전역에서 베이징은 기피도시가 될 수 밖에 없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랴오닝성 다롄(大連)과 단둥(丹東),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 산시(山西)성 뤼량(呂梁) 등은 시민에게 베이징을 방문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랴오닝성은 이와 별도로 13일부터 베이징 내 코로나 재발 지역에서 돌아온 사람을 14일간 격리하기로 했다. 홍콩 명보 등은 산둥(山東), 쓰촨, 윈난(雲南), 네이멍구(內蒙古), 신장(新疆) 등도 최근 14일 동안 베이징 내 고위험 지역을 방문한 사람에게 14일 격리를 명령했다.

몇 명 걸렸는지 짐작 안 돼…원인도 오리무중

베이징 남부 펑타이구에 자리한 신파디 농산품도매시장에 13일 무장경찰이 출동해 전체를 에워싸듯 막고 있다. [신경보망 캡처]

베이징 남부 펑타이구에 자리한 신파디 농산품도매시장에 13일 무장경찰이 출동해 전체를 에워싸듯 막고 있다. [신경보망 캡처]

문제는 확산 세가 어디까지 퍼질지 짐작이 안 된다는 점이다. 재유행 발원지인 신파디 시장은 1988년 개장했다. 베이징의 야채와 과일 70%를 공급한다. 가게만 5526개다. 하루 3만여 대의 차량과 5만여 명이 드나든다. 잠복기 기준인 2주 기간만 따져도 70만 명이 시장을 다녀갔다는 이야기다. 차이치(蔡奇) 베이징 당서기가 12일부터 펑타이구에 ‘전시 상태’를 선언한 이유다.

원인도 아직 알 수 없다. 추정만 할 뿐 당국은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현재 당국이 가장 의심하는 것은 수입 연어다. 베이징시 질병예방통제센터 양펑 주임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신파디 시장에서 검출된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이 유럽의 코로나19와 일치했다”며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잠정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검출된 곳은 지하 1층 해산물 시장의 수입 연어를 처리하던 도마 등이라고 한다.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펑타이구 신파디 도매시장 인근에서 상인들이 채소를 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펑타이구 신파디 도매시장 인근에서 상인들이 채소를 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연어는 펑타이구의 다른 시장인 징선(京深) 해산물 도매시장에서 왔다. 이에 연어가 유럽에서 수입됐고 바이러스 또한 유럽에서 많이 보이는 것이란 소문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연어 등 해산물이 중간 숙주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원인 파악에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발 코로나, 시진핑 '경제 재건 계획'에 찬물

지난 3월 중국 상하이의 한 거리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를 벗은 채 시진핑 주석의 포스터 사진을 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월 중국 상하이의 한 거리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를 벗은 채 시진핑 주석의 포스터 사진을 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중국 지도부엔 뼈아프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경제 재건 계획에 큰 차질이 될 수 있어서다. 중국 당국은 당초보다 2달 늦은 지난달 말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겨우 마무리했다. 이때 코로나19에 대해 사실상 ‘종식’을 선언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최고 지도자 거주지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터졌다. ‘첨단기술 투자’, ‘노점 경제 활성화’ 등을 내세웠던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다. 코로나19 재확산은 내수를 진작해 경제를 살리려는 최고 지도부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재유행 안 된다…2000만 전수검사 불사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의 한 체육관에 설치된 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중국신문망 캡처]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의 한 체육관에 설치된 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중국신문망 캡처]

그렇기에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뭐든 할 태세다. 인구 1000만 우한시에서 했듯 2000만 베이징 시민에게 전수검사도 생각할 정도다.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꺼져가던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안간힘이기도 하다. 베이징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않은 한국 경제 역시 중국의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을 유심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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