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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홍콩? 핵잠도 있다···하이난 개발에 담긴 시진핑의 두 속내

중앙일보

입력

"홍콩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

지난해 12월 하이난 싼야 해군기지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장병들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하이난 싼야 해군기지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장병들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8일 린녠슈(林念修)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차관)이 강조한 말이다. 이날 발표된 하이난(海南)섬 자유무역항 건설 계획에서다. 그는 “두 곳은 경쟁 관계보다 상호보완적 관계다. 홍콩에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구체적 계획을 살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중국 정부의 목표는 2050년까지 하이난을 세계적인 자유무역항으로 키우는 거다. 이를 위해 중국은 이른바 ‘6+1+4’ 프로젝트를 내세웠다. 6가지 자유화 조치, 1가지 목표, 4가지의 법 제도 확립을 하이난에서 하겠다는 거다.

 지난 4월 하이난섬 싼야시의 호텔 리조트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지난 4월 하이난섬 싼야시의 호텔 리조트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6가지 자유는 무역 자유, 투자 자유, 국경 간 자금이동 자유, 입출국 자유, 운송 자유, 데이터 이동 자유다. 1은 현대적 산업 체제 구축, 4는 세수, 치안 확립, 법치 및 불안요소 통제다.

린녠슈(林念修)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중국망 캡처]

린녠슈(林念修)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중국망 캡처]

중요한 건 구체적 실행방안이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크게 3가지다. 우선 하이난을 ‘무관세’ 지역으로 지정해 자본과 상품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둘째로 첨단 기술 기업에 대해 법인세도 15% 감면해 줄 계획이다. 하이난 방문객 한 명당 1년간 면세 쇼핑 한도도 현재 3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약 1700만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파격적 조치다. 해외 투자 유치만을 위한 방안은 아니다. 국내 기업도 법인세 감면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이미 4월에 하이난 섬을 방문한 내국인이 본토로 복귀한 후 180일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살 수 있도록 했다. 내국인을 겨냥한 조치도 상당히 많다는 거다.

[SCMP 캡처]

[SCMP 캡처]

이런 조치는 홍콩에 위협이다. 중국 본토 관광객과 바이어에 많이 의존하는 홍콩 업계로선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하이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홍콩과의 차별화를 강조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날 류츠구이(劉賜貴) 하이난성 당서기는 "하이난 자유무역항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의 자유무역항"이라며 "국가 안보를 위협하거나, 이념적으로 사회주의 제도를 파괴하려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제 힘든 홍콩과 다르게 키우련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자유무역항으로 건설하더라도 홍콩과 같은 정치적 도전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실제로 류 서기는 "철저한 관리가 바탕이 되어야만 (자유무역항) 문을 열 수 있는 것"이라며 “'각종 위험'을 철저히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하이난은 오래전부터 중국 당국이 주목한 곳이다. 이미 개혁개방 초기에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1988년에 중국의 5번째 경제특구가 됐다. 화교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의도는 실패했다. 노동력이나 제조기반 시설, 자원 등이 부족한 하이난은 선전과 상하이 등에 밀렸다. 다만 천혜의 자연을 바탕으로 해외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하이난 해군기지에서 열린 자국산 항공모함 산둥함의 취역식에서 시진핑 주석이 사열을 받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중국 하이난 해군기지에서 열린 자국산 항공모함 산둥함의 취역식에서 시진핑 주석이 사열을 받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상황은 2018년부터 달라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하이난 육성에 열을 올리면서다. 시 주석은 그해 4월 하이난 섬 전체를 ‘중국 특색의 자유무역항’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하이난은 지속해서 중국 최고 지도부의 관심을 받아왔고, 이번 개발 계획 발표로까지 이어졌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지도자들은 경제성장을 이끌 특구 도시를 상징적으로 내세웠다. 덩샤오핑의 선전, 장쩌민의 상하이 등이다. 시진핑의 선택은 하이난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중국의 094형 핵잠수함 3척이 하이난 섬 싼야의 한 해안에 정박하고 있는 모습. [사진 원트 차이나 타임스]

지난 2014년 중국의 094형 핵잠수함 3척이 하이난 섬 싼야의 한 해안에 정박하고 있는 모습. [사진 원트 차이나 타임스]

더구나 하이난은 시 주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중국해의 전략 요충지다. 하이난 최남단 싼야에 있는 해군기지엔 중국의 전략 핵잠수함이 배치돼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올여름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하는 육해공 대규모 합동군사 훈련을 하이난 섬 앞바다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하이난은 시진핑 주석의 2가지 목표를 이뤄 줄 공간인 셈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하이난 해군기지에서 열린 자국산 항공모함 산둥함의 취역식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신화=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중국 하이난 해군기지에서 열린 자국산 항공모함 산둥함의 취역식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신화= 연합뉴스]

민주화 요구가 거센 홍콩 없이도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장이자, 남중국해 제패를 위한 교두보다.

물론 하이난의 한계도 분명하다. 인구가 적어 양질의 노동력이 부족하다. 하이난항공그룹(HNA) 정도를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기업도 없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발전 모델을 만들려는 시 주석의 집념은 크다. 코로나19로 지도력에 타격을 입고, 미국의 공세가 이어지는 지금, 그의 의지는 더 굳건해지는 모양새다. 하이난을 계속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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