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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떠난 일자리 美 안오고 중간에 샜다…트럼프 뼈아픈 착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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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애리조나주에 있는 허니웰 공장을 방문해 마스크를 건네 받고 있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애리조나주에 있는 허니웰 공장을 방문해 마스크를 건네 받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1월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한 말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고, 그래서 많은 일자리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돌아올 거란 얘기였다. 당시는 중국에서 희생자가 급증하던 때다. 미국 언론은 해당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지만, 로스 장관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미국 경제 수뇌부의 일치된 생각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4월 “(코로나19 상황에) 미국 기업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일자리를 갖고 미국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중국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미국 제조기업 이전 비용을 정부가 100% 대야 한다”고 까지 말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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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탈중국 및 미국 내 일자리 창출 기회로 삼겠단 심산이다. ‘일자리 회복’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맛에도 딱 맞는다. 이른바 ‘코로나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 작전이다.

그런데 이 생각. 미국 내부에서 납득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달 26일 “미국 행정부는 (코로나19로) 제조업 일자리가 돌아오고 있다고 말하지만, 팩트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P의 주장은 크게 2가지다.

코로나로 중국 떠난 일자리, 미국 안 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애리조나주에 있는 허니웰 공장을 방문한 모습.[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애리조나주에 있는 허니웰 공장을 방문한 모습.[AFP=연합뉴스]

이미 미국은 코로나19 전부터 중국 일자리를 빼앗아 오려고 난리였다. 관세 폭탄 세례로 중국을 압박했다. 이에 어려움을 겪은 여러 미국 기업이 중국을 떠난 선례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미국으로 가지 않았다. FP는 “지난 3년간의 미·중 무역전쟁 승자는 미국이 아닌 동남아시아”라고 지적한다.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공장 모습.[중신추반지퇀 캡처]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공장 모습.[중신추반지퇀 캡처]

수치가 그렇다. 글로벌 무역정보업체 판지바(Panjiva)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대미 수출품 중 스마트폰 비중은 20%다. 지난 2015년에 비해 2배로 커졌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덕이다. 중국에서 생산하던 이들이 상당수 생산기지를 미국(?)이 아닌 베트남으로 옮겼다. 한국의 삼성전자도 행렬에 동참 중이다.

이는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에도 나타난다. 2018~2019년 사이 대중 수입 규모가 900억 달러 줄었지만, 멕시코(130억달러), 아시아(310억달러)쪽 수입은 오히려 늘었다. 중국의 일자리 절반 이상이 미국이 아닌 멕시코나 아시아로 흘러갔단 얘기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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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는 상황이 더 하다. 크리스 로저스 판지바 애널리스트는 FP에 “무역전쟁은 관세 등 ‘비용 문제’였지만, 코로나19는 ‘리스크 문제’”라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생산지를 다양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생산을 몰빵하는 일은 없겠지만, 중국에서 뺀 일자리가 온전히 미국으로는 안 간다는 얘기다.

코로나발 비대면·자동화 바람…있던 일자리도 사라진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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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코로나19가 일부 일자리는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다. 반중 경제연대인 ‘경제번영네트워크’를 만들어 동맹국들에게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협박’도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지난달 14일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 신설을 발표했다. 대신 중국 화웨이와의 거래는 사실상 포기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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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제대로 된 일자리일까. 코로나19는 대면 접촉 공포를 증폭시켰다. 기업들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비대면, 자동화를 화두로 삼게 됐다. 과거처럼 노동집약형 제조업이 흥하기 어렵게 된 거다. FP는 ”한국 LG전자가 미국 테네시주 클라스빌에 지은 새 공장에선 생산 상당 부분을 자체 산업용 로봇으로 하고 있다”며 “미국에 기업이 돌아와도 미국인 4명 중 1명이 제조업에서 일하던 1970년대 ‘위대한 미국’ 시절은 향수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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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는 코로나19 이후 미국이 얻는 기회는 중국을 때려서 나오는 게 아니라고 단언한다. “미국이 그나마 주목받은 건 아마존, 줌, 마이크로소프트 등 팬데믹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이어준 디지털 기술 때문”이라는 거다. “코로나19로 중국의 이익을 뺏어가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생각은 단견. 포스트 코로나에 펼쳐질 디지털 경제의 변화상을 대비하는 게 핵심.” 이게 FP의 결론이다.

[신화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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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상상력은 미국보다 중국 지도부가 한발 앞서는 듯하다. 시진핑 주석은 내수를 기반으로 미국의 공세를 버텨낼 생각이다. 자력갱생 속에서도 대규모 투자로 디지털 경제에 필요한 ‘신기술 선점’에 나설 태세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미·중 신냉전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은 자칫하면 양손에 두 강대국이 내민 칼끝을 쥘 수 있다. 미국처럼 힘으로 중국을 공격할 수 없다면, 결국은 기술이 유일한 답이다. 포스트 코로나에도 한국은 화웨이와 애플이 모두 찾는 삼성전자가 되어야 한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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