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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라면 혹시? ‘中 달러결제망 퇴출’ 금융 핵단추 누를까

중앙일보

입력

금융시장 핵무기?

지난해 2월 독일 베를린에서 한 핵무기 반대 운동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면을 쓰고 핵무기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해 2월 독일 베를린에서 한 핵무기 반대 운동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면을 쓰고 핵무기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EPA=연합뉴스]

존재한다. 군사 무기와 달리 한 나라만 갖고 있다. 바로 달러를 가진 미국이다. 미국은 자신들과 관계가 좋지 않은 국가의 달러 결제를 막는 경제 제재를 해왔다. 이들 국가와 제3국 간 달러 거래도 막았다.

‘달러 결제망 퇴출’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달러는 전 세계가 모두 쓰는 유일한 화폐다. 달러 없이 자유롭게 국제무역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달러를 못 쓰는 건 세계 시장에서 사실상 고립됨을 의미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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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망 퇴출이 미국만이 휘두를 수 있는 ‘금융 핵무기’인 이유다.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이 어려움을 겪은 대표적 나라다.

이 무기, 중국에도 쓸까.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중에 차트에서 중국을 가리키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중에 차트에서 중국을 가리키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중국 전인대에서 홍콩보안법이 통과된 이후 생겨난 의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안법 통과 다음 날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겉으론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제 갈 길을 가겠다는 태도다.

그럼 트럼프 대통령이 쓸 수 있는 다음 카드는 없을까. 사람들의 생각은 자연스레 달러 결제망 퇴출로 모인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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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속으론 이를 걱정하는 모양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홍콩보안법 제정에 따른 미국의 움직임을 대비한 내부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사실을 알려준 중국 관리는 SCMP에 "홍콩 국보법 통과 후 미국의 반응을 보면 달러 결제 금지 제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의 달러망 퇴출은) 분명히 핵무기에 준하는 카드"라고 말했다.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세계의 공장’ 중국도 해외에서 돈을 벌 때는 ‘달러’로 받는다. 다른 국가처럼 국제 무역·금융·투자 수단은 달러에 크게 의존한다는 말이다. 세계 최대 수준인 중국의 외환보유고도 절반 이상이 달러 자산이다. 달러 줄기를 틀어쥐면 중국 경제엔 너무나 큰 타격이 된다.

선례도 있다. 미국은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주하이전화그룹과 쿤룬은행을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퇴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중국 관리, 단서를 달았다. “중국 정부는 (달러 결제망 퇴출)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을 여전히 낮게 평가하고 있다” 고 했다. 왜 그럴까.

중국도 다치지만, 미국도 큰 피해를 볼 거라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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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1조 1000억 달러(약 1346조 원)의 미국 국채를 갖고 있다. 프랜시스 루이 홍콩과기대 교수는 "중국을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퇴출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급증하는 국채를 사줄 중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 중국도 미국 국채를 매각해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중국의 달러 결제에 제한이 오면 중국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도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루이 교수는 “중국은 이란과 베네수엘라 같은 정치·재정적으로 힘없는 국가와 다르다”며 “중국 경제의 규모를 생각하면 미국이 극단적 조치를 강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충수가 될 카드를 쓰지는 않을 거란 거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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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앞으로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은 달러 패권의 현실을 또 절감했다. 예전부터 중국은 미국의 '달러 권력'을 약화하려 노력했다.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위안화 결제를 늘리려는데 혈안이었다.

그럼에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국제결제시스템망(SWIFT)에 따르면 국제거래에서 위안화 거래는 1.66%에 불과하다. 43%인 달러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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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미국의 ‘금융 핵’을 자신들도 가지겠다는 중국의 열망이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다. 더 커질 것이다. 이미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발행 등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목적을 위해 어떤 방법을 쓸지 알 수 없다. 그럼 미국은 가만히 있을까.

미·중 금융전쟁,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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