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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8000마리 잡았다” 오징어 돌아오자 동해안 활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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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작년 7월 강원 봉포해수욕장 오징어 잡기 행사에서 관광객이 잡은 오징어를 들고 있다. [뉴스1]

작년 7월 강원 봉포해수욕장 오징어 잡기 행사에서 관광객이 잡은 오징어를 들고 있다. [뉴스1]

“6월 들어 오징어가 옛날처럼 많이 잡혀 일할 맛 납니다. 오늘 둘이서 잡은 오징어만 8000마리가 넘어요.”

최근 20일간 943t 잡혀, 작년의 4배 #지난해 20마리 9만원까지 치솟아 #요즘은 절반 수준 3~4만원 거래 #2만원하던 물회도 1만5000원

강원도 속초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는 한 어민이 한 말이다. 16일 강원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11일까지 동해안에서 잡힌 오징어는 943t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12t과 비교하면 4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어민들은 오징어 금어기가 풀린 뒤 지난달 중순부터 조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현재 강릉·동해·삼척·속초·고성·양양 등 동해안 6개 시·군에서 하루 평균 189척(연안자망 118척, 채낚기 42척, 정치망 29척)의 오징어잡이 배가 활동 중이다.

개체 수 감소로 ‘금(金)징어’라 불리는 동해안 오징어의 어획량이 크게 늘자 지난해 6월 20마리 한 두름에 최대 9만원 하던 오징어 가격은 최근 평균 2만4000원으로 크게 내렸다. 지난 12일 속초수협에서 위판된 오징어는 1만7000원~2만4000원에 팔렸다.

40년 넘게 속초에서 어업을 해 온 라승국(58)씨는 “이달 들어 오후 2시에 조업을 나간 뒤 둘이서 하루 10~12시간 일하면 4000~8000마리 정도가 잡힌다”며 “오징어가 오랜만에 많이 잡히니 어민도, 상인도, 소비자도 모두 반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징어는 주로 10~20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잡힌다”며 “연안이다 보니 주로 자망으로 어업을 하는 배가 많이 잡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환동해본부는 오징어 어획이 늘어난 것은 동한난류의 영향으로 강원도 연안에 오징어 서식 적정 수온인 17~18도가 유지되면서 동해시 연안 북쪽으로 어장이 폭넓게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환동해본부 관계자는 “앞으로 북상하는 어군이 있으면 조업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름철을 맞아 오징어가 많이 잡히자 물회로 유명한 동해안 음식점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이 시기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서해안과 경북 동해안에서 잡힌 오징어를 비싼 가격에 사 왔기 때문이다.

물회로 유명한 일부 식당은 오징어 물회 가격을 2만원에서 1만5000원으로 내렸다. 강릉에서 14년째 물회 식당을 운영해 온 우명옥(65·여)씨는 “요즘 활어 기준 오징어 한 두름에 3만~4만원에 들어온다”며 “지난해와 비교해 오징어가 좀 작긴 한데 가격은 절반 수준이라 5월 말부터 가격을 내렸다”고 말했다.

과거 동해안에서는 오징어가 한해 수만 t이 잡혔다. 1970 년대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한해 4만3000t에 달했다. 하지만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의 남획 등으로 2016년 7019t, 2017년 4394t, 2018년 3551t, 지난해 4294t까지 감소했다. 이런 이유로 20년 넘게 이어온 강릉 주문진 오징어 축제는 2018년에 오징어가 없어 ‘맨손 잡기 프로그램’을 방어와 광어 등 물고기로 대체했다. 2017년에는 오징어 가공업체가 오징어를 구하지 못해 휴업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전국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해양수산 국민 인식 조사’ 결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 1위는 오징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고등어는 2위(12.4%)로 밀렸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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