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적은 안드레에게 물어보세요. 저 친구 발끝에 달렸거든요.” (황선홍 감독) “감독님 덕분에 득점 본능이 깨어났어요. 계속 득점해 보답해야죠.” (안드레)
외국인 운 안 따랐던 황선홍 감독 #기대 못 미친 브라질 출신 안드레 #두 사람 만난 뒤 경기당 1골 펄펄
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 대전 하나시티즌 황선홍(52)감독과 공격수 안드레 루이스(23·브라질)를 최근 대전 덕암동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대전의 K리그1(1부) 승격 가능성을 묻자 서로에 대해 칭찬만 했다. 두 사람이 만난 지는 반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오랜 시간 만난 듯 눈빛만으로도 통한다.
황선홍 감독은 올 시즌부터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바뀐 대전의 초대 사령탑이다. 대전은 개막 후 6경기에서 3승2무1패로 K리그2 2위다. 브라질 명문 코린치안스에서 뛰다 올 시즌 임대 이적한 안드레는 6경기에서 6골을 터뜨렸다. 팀 전체 득점(10골)의 절반 넘게 책임졌다. 황 감독에게 안드레는 브라질에서 날아온 복덩이다.
2013년 포항 스틸러스 시절 황선홍 감독 별명은 ‘황선대원군(황선홍+흥선대원군)’이었다. 포항은 당시 K리그 사상 처음 ‘더블(리그·FA컵 우승)’을 달성했다. 모기업 포스코가 축구단에 대한 투자를 줄인 상황에서, 황 감독은 외국인 선수 없이 대기록을 세웠다. 팬들은 이를 ‘쇄국정책’에 견줬고, 별명은 지도력에 대한 칭찬이었다.
역설적으로 황선홍 감독은 부산 아이파크와 FC서울 사령탑 시절에는 외국인 선수와 궁합이 맞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는 잘 다루지 못한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안드레의 맹활약은, 황 감독이 외국인 선수와 잘 맞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 황 감독은 “원래 선수 칭찬 안 하는데, 안드레는 요즘 예뻐 보인다. 한국형 외국인이다. 기술 좋은 선수가 버티기 힘든 리그인데, 힘과 기술을 모두 갖춰 상대에게 큰 부담”이라고 칭찬했다. 황 감독이 머리를 쓰다듬자, 안드레는 “아빠가 자주 이랬다”며 웃었다.
대전을 맡은 뒤 황선홍 감독 지도 철학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는 “국내 선수 중심으로 조직력을 앞세운 전술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구단 상황만으로 ‘황선대원군’이라 불리는 게 싫었다. 대전을 맡으면서 ‘외국인 선수도 잘 활용하면 조직력에 골 결정력을 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은 황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 있어 승부처다. 그가 정식으로 팀을 이끈 건 2018년 서울이 마지막이었다. 시즌 도중 성적 부진으로 자진사퇴했다. 그는 “1부가 ‘전쟁터’라면, 2부는 ‘지옥’이다. 2부는 팀 간 편차가 크지 않아 매 경기 예측이 안 될 만큼 치열하다. 포항 시절 영광을 재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드레는 다부진 체격(1m79㎝·70㎏)에 힘이 좋아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롤 모델은 축구게임에서 피지컬(1m90㎝·87㎏)과 슈팅(최대치 99) ‘끝판왕’으로 불렸던 브라질 국가대표 아드리아누(38·은퇴)다. 롤 모델과 달리 안드레는 지난해 24경기 2골에 그쳤다. 황 감독은 안드레의 잠재력을 읽었다. 수비 부담을 줄여 공격에 집중하게 했다. 안드레는 웨인 루니(35·더비 카운티)처럼 거침없이 뛰었고 득점력을 발휘했다. 대전은 완전 영입(약 37억원)을 준비 중이다.
안드레는 “잘할 자신은 있었지만, 이 정도로 골을 많이 넣을 줄 몰랐다. 공격수로 월드컵을 네 차례나 경험한 감독님 지도가 탁월한 덕분”이라고 공을 황선홍 감독에게 돌렸다. ‘대전 루니’라는 평가에 대해 그는 “루니보다는 내가 좀 더 잘생겼다”고 말했다.
안드레가 골을 터뜨리면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박현빈의 트로트 곡 ‘곤드레만드레’가 울려 퍼진다. “만드레가 안드레처럼 들린다”며 안드레가 직접 들어본 뒤 골랐다. 안드레는 “곤드레만드레가술 취해 정신 못 차리는 모양이라는 걸 최근 알게 됐다. 술은 못 하지만 멜로디를 들으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할 수 있도록 매 경기 ‘곤드레만드레’가 울리게 하겠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안드레와 선수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가 그랬다.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하면 함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