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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재용 불기소 나와도 안 따를 듯···수사심의위 무의미“

중앙일보

입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뉴스1·중앙포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뉴스1·중앙포토]

검찰과 삼성이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해 권고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3차전을 치른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과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까지는 삼성 측이 모두 판정승을 거뒀다.

법조계는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결정과 관계없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앞서 열린 8차례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정치적 부담이 클 경우 직접 요청해 열렸던 만큼 권고를 따랐다. 하지만 이번엔 피의자인 이 부회장 측이 요청한 데다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해 상황이 다르다. 불기소 권고가 나오더라도 이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2018년 1월 시행된 뒤 지금까지 총 8차례 열렸다. 이 중 7건은 검찰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수사심의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의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다. 검찰의 기소 독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민적 의혹 사건’의 경우는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문 전 검찰총장의 의지가 담겼다. 문 전 검찰총장은 당시 독자적인 검찰개혁 구상을 밝히면서 “검찰이 바르게 서려면 가장 중요한 건 정치적 중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심의위 회부 요청하기도 

검찰은 제도 취지에 따라 논란이 크고 정치적 부담이 있는 사안을 수사심의위에서 판단해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첫번째 수사심의위 회부 사건은 2018년 불법 파업 혐의로 입건된 기아자동차 노조 간부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문 전 검찰총장이 직접 회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수사심의위 위원들은 논의 후 표결을 통해 기소유예 의견을 냈고, 검찰은 이를 따랐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이다.

수사심의위 권고에 따라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재판에서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2018년 4월 수사심의위에 회부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인사보복’ 사건이었다. 이 사건 역시 문 전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수사심의위는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보복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 전 국장을 구속기소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대법원은 올해 1월 안 전 국장을 무죄로 판단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해외 출장 일부 일정을 취소하고 2019년 5월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조기 귀국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해외 출장 일부 일정을 취소하고 2019년 5월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조기 귀국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협박 혐의 유튜버도 요청했지만, 소집 안 돼

수사팀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가 전문자문단의 심의로 대체된 경우도 있다. 문 전 검찰총장의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된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이 그 사례다. 당시 수사팀은 “수사외압에 연루된 고위 검사들을 기소하기로 결정하고 객관적 검증을 받기 위해 수사심의위를 소집해달라고 문 검찰총장에게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문 전 검찰총장은 거부 이유로 “법리적 쟁점을 검토해야 한다”는 근거를 들었다.

이 부회장 사건처럼 피의자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지만, 소집 결정을 내리는 검찰시민위원회가 부결한 적도 있다.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협박한 혐의를 받은 유튜버 김상진 씨는 본인 수사에 대해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검찰시민위는 만장일치로 수사심의위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르면 이달 말께 결론, "어떤 권고에도 기소 가능성 커"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바라본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모인 삼성타운의 모습. [뉴스1]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바라본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모인 삼성타운의 모습. [뉴스1]

이 부회장 측이 요청한 수사심의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말로 심의기일이 정해져 당일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사례를 보면 수사심의위는 소집 결정 후 2~4주 내 열렸다. 수사심의위는 총 150~250명의 전문가 인력풀에서 15명을 무작위로 추첨해 현안위원회를 구성한다. 현안위원들은 검찰과 변호인 측의 A4 용지 30쪽 이내의 의견서를 검토한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30분 이내의 범위에서 구두 변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위원들은 표결로 이 부회장의 기소 적정성에 대한 의견을 정해 주임 검사에게 권고한다.

다만 이 부회장 사건은 검찰이 "수사심의위 회부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 데다 기소 방침을 사실상 정해 권고가 무의미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검찰은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던 만큼 불구속 기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불기소 권고가 나온다면 삼성 입장에서는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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