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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총리 살인사건' 34년만에 범인 특정했지만...아쉬운 수사종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웨덴 크리스터 페테르손 주임검사 AP=연합뉴스

스웨덴 크리스터 페테르손 주임검사 AP=연합뉴스

1986년 올로프 팔메 스웨덴 총리를 길거리에서 암살한 사건이 34년만에 종결됐다. 지목된 유력 용의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크리스터 페테르손 주임검사는 10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더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며 수사 종료를 선언했다. 2017년부터 팔메 전 총리 암살 사건 수사를 맡아 온 페테르손 검사은 스티그 엥스트롬(사건 당시 52)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며 “모든 정황이 엥스트롬을 가리키고 있다”고 밝혔지만, 엥스트롬은 2000년 이미 사망한 뒤였다.

팔메 전 총리는 사회민주노동당 출신 정치인으로 스웨덴의 복지 시스템을 확립한 인물이다. 그는 1986년 2월 28일, 아내와 함께 스톡홀름 시내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돌아오던 길에 총격을 입고 사망했다. 평소처럼 경호원은 없었다. 행인들의 시선이 쏠린 틈을 타 범인은 사라졌고, 스웨덴 수사 당국은 30년이 넘도록 암살범을 찾아내지 못했다.

엥스트롬은 사건 당시 인근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그는 암살 현장에 있던 스무 명의 행인 중 한 명이었다. 탐문 결과 엥스트롬은 사건 1~2분 전 사무실을 나오며 경비원 등과 잡담을 했고, 20분 후 사무실로 돌아와 경비원에게 사건에 관해 이야기한 뒤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올로프 팔메 스웨덴 전 총리. AFP=연합뉴스

올로프 팔메 스웨덴 전 총리. AFP=연합뉴스

사건 초기 경찰은 엥스트롬을 핵심 인물로 보고 소환해 조사했다. 하지만 자신을 ‘최초 목격자’라고 했던 엥스트롬은 이후 ”숨쉬기가 힘들어 시신을 옮겼다“고 진술했으나 다른 목격자들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는 등 중언부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경찰은 엥스트롬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보고 그를 조사에서 배제했다. 엥스트롬은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경찰을 비판하기도 했다.

엥스트롬이 범인일 수 있다는 주장은 2016년, 범행 현장에 있었던 스웨덴 작가 라스 라르손으로부터 나왔다. 라르손은 사건 직후 어딘가로 달려가는 남성을 봤다며, 그가 엥스트롬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2년 뒤 스웨덴 기자 토마스 페터르손은 팔메 전 총리의 아들을 인터뷰해 그가 사건 현장 인근에서 엥스트롬의 모습과 일치하는 남성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페테르손 검사는 이날 수사 종결을 선언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사 진전 상황은 밝히지 않았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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