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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해외이전·기업청산까지 거침이 없다… LG의 '조용한' 사업효율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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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LG 트윈타워 전경. [연합뉴스]

서울 LG 트윈타워 전경. [연합뉴스]

LG가 조용하지만 거침없는 사업 효율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쟁력 없는 사업의 구조조정, 생산 기지의 해외 이전, 나아가 손실을 무릅쓴 매각과 청산 같은 특단의 조치까지 동원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구미 유휴공장 매각 추진

중국발 저가 공세로 위기를 맞은 LCD 사업은 구조조정에 이어 공장 용지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10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2017년부터 가동 중단한 구미 2·3공장 부지(약 9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구미 2공장과 3공장은 중소형 IT기기에 쓰였던 소형 LCD 패널을 생산했던 곳이다.

구미경실련 등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구미 2·3공장 부지를 장부가(1500억원) 보다 적은 1000억원 가량에 매각할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철수설이나 해외이전과는 관련이 없다. 옛 LCD 생산 부지를 다른 기업이 인수하면 활용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를 제외하고 국내에 있는 TV용 LCD 생산라인도 전부 정리할 계획이다.

LG화학, 중국 LCD 편광판 사업 매각  

LG화학은 이날 LCD 관련 소재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LG화학은 10일 중국업체 산산에 LCD 편광판 사업을 11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했다. 편광판은 LCD 패널 앞뒤에 부착해 빛을 통과시키거나 차단하는 필름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조건부 계약이며 자동차용 LCD 편광판 등 일부 제품군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최근 완성차 메이커가 내놓는 신형 모델에 10인치 이상 큰 LCD 패널이 탑재되는 추세를 반영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 LCD용 유리기판 생산설비를 손실 처리한 뒤 사업을 접었다. LG화학은 중국 LCD 편광판 사업의 매각으로 확보하게 될 1조원이 넘는 돈은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 사업에 투자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스마트폰·TV 생산라인 해외 이전 

LG전자도 사업 개편이 한창이다.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LG전자의 스마트폰 생산라인은 지난해 베트남으로 이전했고, 구미에 있던 TV 생산시설 상당수는 인도네시아로 옮길 계획이다. 올해 초에는 LG전자의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했다.

LG벨벳의 OLED 패널은 중국 BOE가 납품했다. [연합뉴스]

LG벨벳의 OLED 패널은 중국 BOE가 납품했다. [연합뉴스]

LG전자가 기존에 계열사 부품을 쓰던 관례에서 벗어나 계열사의 경쟁사 제품을 갖다 쓰는 것도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LG전자의 신형 스마트폰 '벨벳'만 하더라도 중국 BOE의 OLED 패널을, 플래그십 모델 'V60'에도 BOE의 OLED 패널을 탑재했다. 이들 스마트폰에는 배터리도 LG화학 제품 대신 중국 ATL·BYD 등에서 납품받았다.

LG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전자 등은 디스플레이 사업 구조를 LCD에서 OLED로 급속히 전환해 나가고 있다"며 "중국 광저우 OLED TV 패널 공장도 이달 내 양산 준비를 마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G 내부에서는 이같은 변화에 대해 구광모 대표의 젊은 리더십이 조용하지만, 서서히 사업에 녹아들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구 대표는 지난해 LG 사장단 워크숍에서 "앞으로 몇 년은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방식과 체질을 철저히 변화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영민 기자 br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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