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장 기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악연도 도마에 올랐다.
윤 총장은 한직을 떠돌다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수사팀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 초기부터 미르재단 출연금 등에 대해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가 윤 총장”이라고 말했다. ‘복심’처럼 여기던 이복현 당시 파견검사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삼성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해 불법적 요소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결국 이듬해 1월 433억원의 뇌물공여 혐의로 청구한 1차 구속영장은 기각됐으나 한 달 뒤 증거를 보강해 청구한 2차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이 부회장은 구속됐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날 때까지 1년간 구치소 생활을 했다.
2년4개월 만에 또다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으로 진급한 이복현 검사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이번엔 기각됐다.
이번엔 뇌물공여가 아닌 합병과 분식회계(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 관련 혐의가 적용됐다. 공교롭게도 특검 수사팀장에서 검찰총장이 된 윤 총장의 재가를 받아서였다. 악연(惡緣)의 재연이다.
과거 특검팀이 삼성 합병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봐주기 및 공모 혐의에 천착했다면 이번 검찰 수사팀은 그 끈을 이어 사건을 구체적 단계로 진전시켰다.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의 배경이 제일모직 가치 부풀리기를 통한 삼성물산과의 합병 정당화에 있었는지에 집중했다.
이번 구속영장이 영장실질심사를 포함, 16시간의 장고 끝에 기각되면서 윤 총장과 이 부회장은 한 번 지고 한 번 이긴 셈이 됐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지난 4년간 세 번이나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부회장에게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이복현 부장검사를 매개로 한 윤 총장과 이 부회장의 악연이 질기다”고 평가했다.
조강수 사회에디터 pinej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