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때문에…이방카의 굴욕, 대학 졸업식 축사 거부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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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지난 1일 아버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 앞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지난 1일 아버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 앞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캔자스 지역 한 주립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려다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취소하는 소동을 겪었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강경 대응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다. '굴욕'을 당한 이방카는 축사 취소를 결정한 대학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캔자스주 위치타주립대 기술대학은 전날 졸업식을 치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진 이번 졸업식에서는 이방카 보좌관이 영상으로 축사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학 측이 지난 4일 이 일정을 공개하자 상당수 학생과 교직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위대 강경 진압 방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결국 대학 측은 몇 시간 만에 축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세리 유타시 위치타주립대 기술대학 총장은 성명을 통해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사회정의 문제가 불거진 이때 이방카 보좌관이 졸업식 축사자로 나온다고 발표한 것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사과했다.

이방카 "대학은 표현의 자유 보루" 반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지난 6일 자신의 졸업식 축사를 취소한 위치타주립대 기술대학을 비판하며 준비된 축사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이방카 트럼프 트위터]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지난 6일 자신의 졸업식 축사를 취소한 위치타주립대 기술대학을 비판하며 준비된 축사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이방카 트럼프 트위터]

그러자 이방카 보좌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대학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보루가 돼야 한다"며 대학 측을 비판하고 자신의 축사 영상을 공개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이 축사에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 미국 정부의 대응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사건 이전에 촬영된 영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NYT는 "축사 영상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전인 지난달 중순에 촬영됐지만, 사건 이후 영상을 수정해서 내놓진 않았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방카 보좌관의 대학 비판에 곧바로 '역풍'이 불었다고 전했다. 트위터에서는 "잘 가라 이방카(#ByeIvanka)"가 7일까지 '실시간 인기' 해시태그로 올라왔다.

'표현의 자유' 침해 vs 침해 아냐 논쟁도 

이방카의 비판에 위치타주립대 기술대학 제니퍼 레이 부교수는 "졸업식 축사 취소가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침해는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방카가 마음만 먹으면 자기 생각을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방카 엄호에 나섰다. 그는 7일 성명을 내고 "위치타 대학이 학교를 홍보할 귀중한 기회를 놓쳤다"며 "이번 일로 대학에서 사상의 자유가 패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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