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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또다른 팬데믹"···서울 한복판 '플로이드' 추모 행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열린 '조지 플로이드' 사건 추모 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마친 뒤 플로이드를 추모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열린 '조지 플로이드' 사건 추모 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마친 뒤 플로이드를 추모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추모 시위가 6일 서울에서도 열렸다.

국내에서 조지 플로이드 추모 행진을 처음 제안한 심지훈씨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중구 명동에서 행진을 시작하기 전에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심씨는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위가 열린 적이 없다”며 “인종차별로 희생된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미국의 시위 참가자들과 연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약 40분간 진행된 행진에는 총 150여 명이 참가했다. 3분의 1 가량은 외국인이었다. 심씨는 ”참가 인원을 20명 정도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왔다“고 했다.

행진 시작 시간이 가까워오자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 옷을 맞춰 입은 참가자들이 각자 준비해온 피켓을 들고 모여들었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2m 간격을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수가 집결하는 행사에 대한 우려가 큰 점을 고려한 조치다.

행진은 오후 4시 명동역 5번 출구 앞 밀리오레에서 시작해 남대문 회현로터리를 거쳐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이어졌다. 지나가던 외국인 중 일부는 즉흥적으로 행진에 합류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직장에 다닌다고 소개한 외국인 숀은 “이 사건은 조지 플로이드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현재는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관심이 집중이 됐지만 전 세계적인 이슈라고 생각한다”며 참가 이유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외국인 참가자는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고 있지만 그동안 언급되지 않은 또다른 팬데믹이 바로 ‘인종차별’”이라면서 “이제 인종차별 문제에서도 변화를 꾀하고 서로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이벤트를 열어준 주최 측에 감사하다. 시위를 평화롭게 진행한 것은 많은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학생 딸과 함께 참가한 조모씨는 “아침에 일어나 딸에게 ‘이런 시위가 있는데 갈래?’ 물었더니 검색을 해보고는 순순히 가자고 하더라”며 “이제 대한민국 국민들도 세계 시민으로서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을 위해 동참해야한다”고 말했다.

직접 피켓을 만들어 참가한 20대 최모씨는 “SNS를 통해 조지 플로이드 진압 장면을 봤는데 굉장히 폭력적이었다”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을 때 지켜줄 거라고 믿는 대상이 경찰인데, 그 대상으로부터 생명을 잃은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민과 외국인들이 6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미국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추모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시민과 외국인들이 6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미국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추모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당초 행진은 시청역 5번출구에서 출발해 주한 미국 대사관까지 행진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광화문광장에서 집회가 금지돼 계획이 변경됐다.

한편 조지 플로이드는 지난달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이다. 이 사건 이후 미국 전역에서는 이른바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시위는 미국을 넘어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는 현재까지 미국 도시 최소 75곳에서 이어졌다. 약탈과 방화를 동반한 폭력 시위까지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약 25개 도시에선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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