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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동원령 지지 안해" 에스퍼의 공개 항명…트럼프 분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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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 EPA=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시위 진압을 위해 군을 동원할 수 있다고 경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관의 공개적인 반대 의사에 불쾌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며 일각에서는 경질설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군 투입, 에스퍼는 "그런 상황 아냐"

에스퍼 장관은 3일(현지시간) 브리핑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 투입 경고성 발언과 관련해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나는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Insurrection Act)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흑인 인종차별 시위와 이로 인한 약탈·방화 등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연방 자산과 민간인, 군대를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미국 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폭동진압법 발효를 검토 중이라는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 EPA= 연합뉴스

폭동진압법, 주지사 요청 없이 군 투입 가능

폭동진압법은 1807년 제정된 것으로, 미 영토 내 폭동이나 반란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대통령의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대민지원법(Posse Comitatus Act)에 따라 일상의 치안 유지에 연방군을 투입할 수 없다. 그러나 폭동진압법이 발효된다면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연방군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

군 투입에 소극적인 주지사의 요청이 없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으로 현장에 연방군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폭동진압법을 마지막으로 발동한 때는 28년 전인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사태다. 당시에는 주지사의 요청으로 군이 현장에 투입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인근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에서 오른손으로 성경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인근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에서 오른손으로 성경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에스퍼 발언에 트럼프 분노, 경질설 나오나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는 에스퍼 장관의 이날 브리핑이 전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불편한 심경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일리 매커너니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필요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진압법을 사용할 것"이라며 에스퍼 장관의 반대를 묵살하는 듯한 입장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질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발언을 했다. 매커너니 대변인은 "현재까지 에스퍼 장관은 여전히 장관"이라며 "대통령이 신뢰를 잃으면 여러분이 제일 먼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에스퍼 장관과 백악관 브리핑에서 확인된 상반된 입장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에스퍼 장관이 직을 유지할지 의문이 제기돼 왔는데 오늘 발언으로 낙마 시점이 빨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방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현역 군 사용 여부를 놓고 결별했다"고 썼다.

미국 전역 주요 도시 시위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국 전역 주요 도시 시위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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